[매경춘추] '빌바오 효과'라는 오해
A시가 이순신 장군 기념 사업으로 만들었던 120t 거북선이 154만여 원에 낙찰됐다. 2010년 16억원 예산을 들여 제작된 이 목선은 승선 체험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수년째 방치돼 있다가 한 달 전쯤에야 공매 절차를 마쳤다고 한다. B군에는 무게만 43t인 가마솥이 놓여 있다. 이 솥은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로 제작에 들어간 주철만 43.5t에 달했다. 세계 최대를 노리고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으나, 더 큰 호주 질그릇이 나타나 버렸다. 솥이 워낙 크다 보니, 위아래 온도 차 때문에 음식 조리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지자체등 공공이 주도하여 조성하는 건축물을 공공건축이라고 하는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비수도권 121개 기초지자체에서 준공한 공공건축물은 연면적 1500만㎡, 2만여 동에 이른다. 비수도권 각 도시마다 평균 150여 동이 7년간 신축된 것이다. 2만여 동에는 학교, 미술관, 주민센터, 경로당, 보육시설 등 다양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건축물이 포함되고, 공공건축물의 비약적 증가는 우리 삶의 질이 그만큼 풍족해진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공공건축 규모가 인구 현황과는 상관없이 늘고 있다는 데에 있다. 121개 도시 중 7년간 인구가 증가한 곳은 36곳, 감소한 곳은 75곳이었다. 그럼에도 공공건축의 연면적이 1㎡라도 축소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미술관, 공연장 같은 문화시설의 경우가 더 심각한데, 인구 증가 지역보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오히려 더 많이 지어지고 있다. 더 많이, 더 높이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거라는 환상은 4년마다 선심성 공약으로 이어진다. 이웃 도시에 공연장이 있으니 우리는 더 큰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익은 자존감은 일을 어렵게 만든다. 인구가 감소하면 지방세 등 지자체의 가용 재원은 당연히 줄어드는데, 건축을 어떻게 늘려왔을까? ○○발전예산, ○○소멸기금 등 중앙정부 보조금이 재원을 메꿔주고 있다. 건축공간연구원 김준래 박사의 논문(2022)을 보면, 관련 보조금이 1억원 증가하면 공공건축 연면적은 약 160㎡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용어가 한동안 유행했다. 스페인의 지방 소도시 빌바오에 유명 건축가를 초빙해서 멋진 미술관을 지었더니, 관광객이 몰려들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가설이다. 지자체장들이 거대 구조물이나 희한한 형상을 건립할 때 내세우곤 한다. 빌바오미술관 건립 30여 년이 지난 오늘, 관련 연구들은 빌바오 효과라는 건 허상임을 보여준다. 빌바오에 오는 관광객이 꾸준한 숫자를 유지하는 것은 구겐하임이라는 운영 주체가 기획하는 참신한 전시 내용과 멋진 요리, 바스크 특유의 문화 등 소프트웨어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방 소멸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지금, 도시의 생존 전략을 '더 크게' '더 높이'에서 찾는 지자체들이 아직도 많다. 도시 간 경쟁은 올림픽 게임이 아니다. 도시는 사람과 함께 숨 쉬는 유기체이고,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가 도시를 살림을 더 이상 외면할 때가 아니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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