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백지화 놓고 여야 '네탓' 공방…대통령실 "국토부 문제"
정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 결정을 두고 9일 여야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의 근본 원인이 야당에 있다고 지적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다며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고 양평에 나들목(IC)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최인호 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추진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노선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진실 왜곡과 국민 호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출신 군수, 지역위원장은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현재 대안 노선 변경을 요청한 적도 없고 현재 위치에 있는 강하IC 설치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했다.
이들은 "양평군민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라"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최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대형 사고를 쳐놓고 왜 양평군민들에게 사실관계를 호도하면서까지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야당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지금부터라도 원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전면 철회하고 원안대로의 추진 전제로 하면서 숙원사업 IC 설치를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위 소속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 원 장관이 (주변 토지가) '김건희 여사 일가 땅임을 인지했다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하면서 변명만 한다"며 "상임위원장에 와서 명확하게 해명하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기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사업 중단의 책임을 야당에 물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민주당이 오죽 시비를 걸었으면 원희룡 장관이 양평군의 숙원사업을 백지화한다 했겠는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지금 민주당 모습 그 자체"라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양평군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사업이라는 본래 취지는 묻힌 채 사업을 본인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버린 민주당에 부득이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를 두고 '장관이 기분 나빠 일을 때려친다,' '독자적 결단', '무책임' 운운하며 주특기인 거짓 선동으로 또다시 여론을 물들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을 찾아 양평군에 IC(나들목)가 설치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을 가로막는 모든 행위를 멈춰줄 것을 12만5000명 양평군민의 마음을 담아 호소한다"고 말했다.
전 군수는 "양평에 IC가 있는 고속도로를 원하는 양평군민들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군수 취임 이후 강하면에 IC가 포함된 노선안을 제시했고, 이것이 곧 실현되는 듯했다"며 "지난 6월 말 민주당은 노선안에 대해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토지를 문제 삼으면서 양평 현장에 와서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치 공세를 펼쳤다"고 했다.
이어 "고속도로 추진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닥뜨리면서도 양평군민들은 여전히 양평군에 IC가 있는 고속도로를 희망한다"며 "양평군민과 양평군수인 저는 양평군에 IC가 없는 예타안(예비타당성 조사안)으로 회귀하는 것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관련 논란에 "기본적으로 국토부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조금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입장이 간접적으로 나간 것은 있지만 원래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문제는 국토부에서 다룰 문제"라며 "양평군민들의 목소리도 이제 전달이 됐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여야 당 차원에서 문제가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가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논란은 원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긴급 실무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당시 원 장관은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시라"며 "만일 김건희 여사 땅이 있었단 것을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인지한 게 있고 구체적으로 노선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대신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이 근거가 없고 무고한 게 밝혀진다면 민주당 간판을 내리라"고 밝혔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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