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로우 키’ 행보한 대통령, 다음주 기시다 만나 대응 수위 높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을 자제하면서 ‘로우 키’(low-key·절제된) 행보 중이다. 대통령실도 기본 입장을 밝히는 수준의 원칙적 대응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야권과 일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다음 주 열릴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양국 정상 차원에서 한국 정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못 박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릴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밝힐 입장을 두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 하에서 일본 측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을 명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일본의 언급이 있다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입장과 원칙의 전제 하에 필요한 말을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유사하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보다 ‘국민 건강 최우선’이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공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오염수 방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를 발표한 게 마지막이다. 이후 한국 시찰단 파견,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 발표 등으로 사안마다 논란이 일 때도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정 주요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발언 생중계 등을 통해 상세하게 입장을 밝혀온 것과 대비된다.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을 현실적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국민적 반대가 높은 사안을 두고 정치적 부담을 키우지 않으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그간 국내에서 밝힌 원칙과 국민적 우려를 일본 측에 어떤 수위에서 전달하고, 무엇을 요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밝힌 대통령실 입장에 비춰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국 측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존중하면서 양국 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검증 협조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왜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 말씀이 없나, 반대 여론이 무서워 비겁하게 숨어 있는 건가”라며 “일본 총리를 만나기 전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생각을 국민에 먼저 보고해야 한다”고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수능 문제까지도 꼼꼼히 살피는 세심함과 ‘카르텔 척결’에 목청 높이는 단호함을 일본의 핵 폐수 방출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에서 보여 줄 수는 없느냐”며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 폐수 방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4박6일간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와 폴란드 ‘국빈급’ 공식방문 일정에 돌입한다. 나토 정상회의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10여개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이 열린다. 나토 사무총장 면담과 AP4(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담,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의 만남도 이뤄진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