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휴가철 '바가지 백신'은 없나요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7. 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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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과 함께 슬슬 텐션을 높이시는 분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꿋꿋이 버텨온 것도 모자라 한층 강렬하게 돌아오신 분이다. 그 이름도 친숙하신 '변종-바가지'님이시다.

일단 호텔가부터 접수하신다. MZ세대가 열광하는 '망빙(망고빙수)' 중 SNS에 가장 핫하게 뜬 게 롯데호텔 서울이다.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8월까지 판매하는 '제주산 프리미엄 망고빙수' 라지(3~4인용) 가격이 17만원을 찍으면서다. 4인용이라곤 하지만 웬만한 비즈니스호텔 방값이다. 10만원짜리 빙수는 호텔가에선 애교(?)스러울 정도. 포시즌스호텔과 시그니엘 서울의 기본 사이즈 애플망고빙수가 각각 12만6000원, 12만7000원으로 전년 대비 30%, 69% 인상됐지만 웨이팅까지 있을 정도다.

바가지님께서 펜션가도 그냥 지나치실 리 없다. 불만이 가장 먼저 터져나온 곳은 울산 인근이다. 평소 30만원대 초반 수준이던 해변가 풀빌라 가격이 주말 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수기와 견주면 평일·주말 숙박료는 이미 60% 이상 껑충 뛴 상태다. 심지어 이 가격을 주고도 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니 환장할 노릇이다.

번식력도 놀랍다. 숙박을 올킬시킨 뒤 알을 제대로 까셨는지, 인근 식당가와 카페까지 접수하시고 계신다. 이 일대 횟집 활어회 한 끼를 먹는데, 4인 기준 15만원은 줘야 한다. 비수기라면 5만원대, 배불리 먹고도 7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카페는 아예 배짱영업이다. 울산 일대 바다 조망 유명 카페 중 한 곳은 '1인 1메뉴'를 주문하지 않으면 테이블 자리로 가지도 못하도록 입구를 차단해놓고 있다. 호텔가만큼은 아니지만 망빙 가격은 2만원을 호가하고, 아이스카페라테 한 잔은 1만원대에 육박한다.

사실 바가지님이 휴가철 접수(?) 이전에 잠깐 몸을 풀고 온 곳이 지역축제 현장이다. 경북 영양의 과자 7만원 사건에 이어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꽃게 20만원 사건도 모두 '그'가 남긴 작품이다.

이러니 국민은 지친다. 아무리 정부에서 여행수지 개선을 위해 해외 말고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찍어 눌러봤자 공염불일 뿐이다. 휴가 현장에 떡하니 '바가지'님이 버티고 있으니 준비 단계에서부터 열받고 천불이 난다.

애국 마케팅에 넘어가주는 척 조용히 SNS 닫고 떠나는 곳, 그래서 해외다. 인터파크트리플이 인터파크에서 올 7월과 8월 출발하는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예약 인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중순 기준 전년 동기에 비해 364%(4.6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과 비교해서는 무려 84% 늘어난 셈이다.

도대체 왜 '바가지'님의 생명력은 강렬한 걸까. 세뇌력 탓이다. 바가지님은 '근시안'이라는 안경을 씌운다. 그렇게 상인을 홀린다. 자영업자들과 상인들은 착각한다. 한탕 벌면 그만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소비자와 여행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져가는 SNS 시대다. 일방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던 시대는 갔다. 스마트 소비자와 여행족은 스스로 정보를 교환하고 더 똑똑해진다. 바가지의 영속이 불가능한 시대가 요즘이다.

백신으로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도 이겨낸 게 우리다. 변종에 변종으로 변신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세를 불리는 바가지 바이러스를 잡을, 초강력 백신이 절실한 때다.

[신익수 전문기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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