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발 길어지더라도 … 삼성 "애플 헤드셋 뛰어넘어라"
'비전프로' 겨냥 특허 출원
촉각·후각 지원 기술 주목
계열사 패널로 가격경쟁력
업계 "2천달러대 가능" 전망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헤드셋에 대한 개발 목표를 애플의 '비전프로'급으로 상향 조정하며 미래 성장 시장에서 애플과 정면 승부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몰입감을 높이는 척도인 디스플레이 픽셀 수뿐 아니라 촉각·후각 지원, 손동작 조작, 헬스케어 지원 등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9일 미국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감각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전자 장치 작동 방법'에 대한 국제특허를 지난달 출원했다. 삼성전자는 특허 문건을 통해 "가상·증강현실 환경을 구현하고자 많은 기업이 실제·가상 객체를 시각이나 청각적으로 제공하는 기술을 이용한다"면서도 "하지만 시각과 청각만으로는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실감 나는 증강·가상현실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다른 감각, 예를 들어 촉각이나 후각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출원 배경을 설명했다. 최종 헤드셋에 촉각과 후각을 전달하는 기술이 반영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상당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대목이다. 또 사용자의 몰입감을 정하는 디스플레이의 인치당 픽셀 수(PPI)는 3000 이상으로 애플 비전프로 3500과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컨트롤러 없이도 손동작만으로 가상 사물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동작 조작은 메타와 애플이 올해 들어 선보인 기술이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인 샘뉴스24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XR 헤드셋 모델 번호를 'SM-I120'으로 정하고, 핸드 트래킹 기술과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칩을 퀄컴 칩과 함께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샘뉴스24는 "애플의 비전프로는 컨트롤러 없이 눈과 손, 음성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삼성전자 역시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XR 제품명으로는 '갤럭시 글래스' 또는 '갤럭시 스페이스'가 오르내리고 있다.
IT 업계는 삼성전자가 헤드셋을 통해 헬스케어를 지원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특허청에 '갤럭시 서클'이라는 상표를 신청하면서 상품 분류에 스마트폰·스마트워치·스마트반지뿐 아니라 웨어러블 컴퓨터로 적시했다. 앞서 스마트반지인 '갤럭시 링'을 특허 출원한 바 있는데, 향후 '갤럭시 서클'이라는 이름 아래 각종 기기들이 상호 헬스케어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서비스가 개발되면 스마트반지를 착용해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XR 헤드셋을 통해 가상 환경에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 열린 연례 이벤트 'WWDC23'에서 3499달러(약 456만원)대 첨단 초고가 헤드셋을 공개해 메타버스 시장에 불을 지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에어팟 이후 애플이 7년 만에 새로운 하드웨어인 AR글라스 비전프로를 선보이면서 "공간 컴퓨팅을 창조하겠다"고 선언했다. 컴퓨팅 파워를 평면에서 3차원으로 극대화하겠다는 포부였다.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모든 앱을 조작할 수 있으며 맥이나 아이폰과 연동해 작업을 불러들여 가상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카메라 12개, 센서 5개, 마이크 6개, 자체 개발한 첨단 칩인 M2와 R1을 장착했다.
이런 발표에 시장은 깜짝 놀랐다. 업계 1위인 메타가 오는 9월 '메타 커넥트 2023'에서 공개할 퀘스트3에 비해 성능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전면부가 종전보다 40%나 얇은 퀘스트3(499.99달러)를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퀘스트3가 카메라 4대와 전면부 센서 3개를 장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고급 사양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시장은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애플 비전프로와 메타 퀘스트 사이에 위치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드웨어는 애플처럼 프리미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보다 일반 대중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격은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헤드셋 가격을 2000달러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소니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지만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는 헤드셋 제조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상덕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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