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유상철 월드컵 동점골 쏜 경기장...‘제자’ 이강인이 누빈다
“날아오는 공을 보고 쥐가 날 정도로 다리를 쭉 뻗었다. 골이 된 순간 심장이 몇 분은 멈춘듯했다.”
고(故) 유상철 감독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에서 터뜨린 동점골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국은 죽음의 조 E조에 편성됐고, 두 차례 조별 예선에서 멕시코에게 3:1, 네덜란드에 5:0으로 각각 패했다. 이로 인해 대회 중간에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16강 탈락은 확정됐고 사령탑을 잃으면서 김평석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은 상황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최악의 분위기에서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벨기에전을 치러야 했다.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1승이라도 안기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보자”며 경기에 나섰다.
벨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전반 7분 만에 룩 닐리스에게 골을 허용했다. 선실점에도 한국 대표팀은 부상투혼을 발휘했고, 후반 26분 극적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석주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올린 프리킥을 반대쪽에서 달려온 유상철이 골문 앞에서 슬라이딩하며 발을 뻗어 골을 넣은 것이다.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그렇게 1:1로 끝이 났다.
유 전 감독이 투혼의 슬라이딩 동점골을 선보였던 곳은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맹(PSG) 홈구장인 이곳에서, 제자 이강인(22)이 다시 뛰게 됐다.
PSG는 9일 이강인의 입단 소식을 전하며 “(이강인 전 소속팀) 마요르카와 이적 작업을 마무리했다. 계약 기간은 2028년까지”라고 밝혔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200만유로(약 314억원)로 알려졌다. 연봉은 약 400만유로(약 57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선 약 50만유로를 받았다.
이강인의 PSG 이적에 그와 유 전 감독이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KBS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당시 이강인의 나이는 만 6세였다. 유 전 감독은 2019년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투병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유비컨티뉴’에서 “건강한 1주일이 주어진다면 ‘강인이가 하고 있는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며 “그 1주일이 주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상철은 이강인의 경기를 보지 못하고 2021년 6월 세상을 떠났다.
이강인은 “제가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글을 올리며 애도했다.
파르크 데 프랭스로 얽힌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재조명 받으면서 국내 축구팬들은 “유 감독이 살아서 소식을 들었다면 매우 기뻐했을 것” “스승도 하늘에서 흐뭇하게 지켜볼 것 같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제 간의 이야기” 등의 반응을 보였다.
PSG는 리그앙 최다 우승(11회)을 차지한 명문. UEFA(유럽축구연맹) 클럽 랭킹은 6위다. 2011년 카타르 자본에 인수된 뒤 킬리안 음바페(25·프랑스), 네이마르(31·브라질),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 등 막강한 공격진을 구축했다. 하지만 아직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이 없다. 이강인은 PSG 입단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인 PSG에 합류해 기쁘다.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모험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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