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주주환원율 29% … 中에도 못미쳐
美 92%, 中 32% 보다 낮아
자기자본이익률도 한자릿수
S&P500에 속한 美기업들
한해 자사주 소각 1220조원
한국 증시에서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환원율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시장과 대비해서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극적인 주주환원 기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의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9일 팩트셋·KB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10년 동안 평균 주주환원율은 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가장 높은 시장은 미국으로 92%에 달했다. 그 뒤로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68%), 신흥국(37%), 중국(32%) 순이었다.
상장 종목이 가장 돈을 잘 버는 시장도 미국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올해 5월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에 달했다. 2005년 1월과 비교했을 때 4.4%포인트 증가했다. 기업들이 돈을 잘 벌기도 하지만 강력한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이익을 지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보통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게 되면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처럼 세금이 발생하지 않아 주주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주가 부양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S&P500지수 소속 기업들의 자사주 총 매입액은 9430억달러(약 1220조원)에 달한다. S&P500지수 순이익 중 자사주 매입 비중은 57%로 절반을 넘어선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이 S&P500지수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비중은 10년 전 20%에서 지난해 34%까지 뛰었다. 한국의 지난해 자사주 매입액은 약 4조원대에 불과하다.
일례로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종목인 메타 플랫폼(페이스북)의 경우 올해 초 400억달러(약 52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해당 자사주 매입 규모는 당시 메타 시총의 10% 수준이다. 미국 증시는 분기 배당으로 인한 누적 수익률 복리 효과도 가장 높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S&P500지수의 단순 수익률은 169%다. 여기에 배당 재투자 수익까지 포함하면 224%로 늘게 된다. 이는 미국 시장에 장기 투자자들이 많은 이유로 작용한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좋은 투자란 투하한 자본 대비 높은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강한 현금 흐름을 가진 기업들이 사업 성장과 더불어 주주환원으로 ROE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의 올해 5월 기준 ROE는 7.2%에 불과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미국, 선진국 등 시장 대비 적기 때문이다. 심지어 2005년 1월 수치인 17.6% 대비 약 10%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시 대형주 ROE(11.6%)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코스피의 지난 10년 동안 주가 수익률은 25%다. 배당금을 재투자한다고 가정하면 48%로 늘게 되지만 같은 기간 미국 증시 투자 수익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시장은 우상향인데 코스피는 항상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갇혀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상장 기업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귀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부실한 기업 지배 구조와 소액주주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낮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며 "코스피는 글로벌 주식 장부가치의 약 3분의 1 수준에 거래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의 소극적인 주주환원 기조가 지속되는 한 외국인 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등 우량주들은 최근 1~2년 새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음에도 10여 년 전 주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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