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 금리에도 신규 취급 가계 빚 100조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7.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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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상반기 집계
집값 반등 기대감 늘며
작년 상반기보다 56% 급증
6월 한 달간 19조 몰리고
'역전세' 보증금 반환 수요도
가계 빚 축소 기조 훼손 우려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가계대출이 올해 상반기에만 총 100조원에 육박했다. 조만간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고 집값이 바닥을 다졌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굳어지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물 건너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만 총 95조1579억원 규모의 신규 가계대출이 집행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61조304억원)에 비해 55.9% 급증한 숫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서 급증세가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총 83조9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8조6594억원에서 11조1624억원으로 28.9% 증가하는 등 신용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규모는 총 19조2694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신규 가계대출 증가율은 12.3%로 작년 6월(4.2%)의 3배에 가깝다.

지난달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16조7404억원으로 3월(16조773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3월은 전통적인 이사철인 데다 취급 기준이 완화된 특례보금자리론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다. 게다가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높아지며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로 떨어졌던 시기다. 반면 6월 주담대 금리 하단은 4%대로 올랐다. 5월부터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했는데도 주담대 열기가 식지 않았다.

올해 6월 A은행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4조119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30.5% 급증했다. 지난 3·4월과 비교해도 1.5배 많다. B은행의 6월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2조9363억원으로 3월(3조2483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은행권은 주담대가 급증한 데 대해 특례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보고 당장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매수 수요에 가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도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취급한 새 신용대출은 2조5290억원으로 '가정의 달'로 평소보다 지출이 큰 편인 5월(2조263억원)보다 많았다. 작년 상반기 월별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1조3000억~1조5000억원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올해 들어선 1월 1조2989억원, 2월 1조6316억원, 3월 1조8635억원 등 계속 늘더니 5월과 6월에는 두 달 연속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1년5개월 만에 처음 늘어난 이후 연이어 늘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냐는 올해 하반기 주택 시장 경기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집값 대세 상승'에 힘이 실려 매수세가 강해지면 주담대가 불어나면서 디레버리징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큰 가운데 연 4~5%대 금리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 당시보다 전세 가격이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디레버리징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 속에서 전세 가격이 치솟았던 2021년 하반기에 계약한 사람들이 올해 하반기에 만기를 맞기 때문에 은행 대출 창구를 찾는 집주인이 늘어날 공산이 있다.

4대 은행의 전세반환대출(전세퇴거자금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하반기에 매월 3000억원대였지만 올해 들어 1월 4200억원, 2월 6200억원, 3월 5700억원 등으로 늘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전셋값 최고점이 2022년이기에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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