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파업이 왜? 넷플릭스부터 SLL까지 '벌벌'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재벌집 막내아들', '닥터 차정숙'으로 활짝 웃은 줄 알았던 SLL이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작가 조합(WGA) 파업에 난색을 표했다.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던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이 한국 콘텐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 작가 조합의 파업이 지난 5월 2일 시작해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철회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 배우 조합(SAG)까지 연대해 장기간 파업을 지속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작가 조합은 1만 1500명의 할리우드 작가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사실상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곳이다. 이들과 미국 감독 조합(DGA), 미국 배우 조합 등은 3년마다 미국의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자 연합(AMPTP)과 협상을 진행하며 근무 및 급여 처우 등을 개선해왔다. 그 중에서도 시기상 미국 작가 조합이 가장 먼저 협상을 진행해 시장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 작가 조합과 제작자 연합의 협상이 결렬됐고 파업이 결정됐다. 미국 작가 조합이 요구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으로 인한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맞춘 보상 인상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에 대한 반발이다.
이와 관련 한국 시나리오 작가 조합 등 국내 작가 단체들도 WGA의 파업을 동조하고 나섰다. 파업까지 동참한 것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시장의 변화가 한국 시장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방증이다. 실제 한국의 콘텐츠 시장과 할리우드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간접적으로는 당장 미국 작가 조합 파업으로 비어버린 작품의 공백이 그 외 국가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지며 그 수요가 한국을 향하고 있다. '킹덤',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의 콘텐츠들은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축적해왔다. 최근 한국 콘텐츠 제작비가 급증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할리우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성비' 있는 규그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국내 제작진 입장에서 이를 마냥 웃으며 반길 일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역시 시즌1의 막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의 보상을 정확히 받지 못한 바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내에서도 작가, 감독 등의 저작인격권에 대한 최소한의 저작재산권 보상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전처럼 넷플릭스가 제작비 일체를 대고 지적재산권을 독식하는 구조에 대한 의문과 반발이 충분히 형성된 것이다. 이 가운데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 결과는 미국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북미 거점 OTT 사업자들의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SLL이 국내 드라마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자리에서 미국 작가 파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직접 언급했을 정도로 한국 시장은 이미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과도 연계를 시작했다. CJ ENM은 산하 제작사 스튜디오스를 통해 '라라랜드'로 유명한 할리우드 제작사인 엔데버를 인수했고, SLL은 지난해 미국에도 해외 제작사를 설립했다. 이 가운데 미국 작가 파업으로 인한 막힌 시장은 자연히 국내 대형 스튜디오들에 부담을 주고 있고 이는 그에 기대는 관계사들에게 압력으로 전달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배우 조합의 파업 기미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체결하기로 했던 SAG와 AMPTP의 협상이 불발됐고 이들의 총파업 찬반 투표 또한 97%를 넘어섰다. 숀 펜, 콜린 파렐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은 작가들의 파업 현장에 가 지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사실상 파업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종 협상 기한만 이달 15일로 연기된 상태다. 만약 배우조합까지 파업에 들어간다면 할리우드에서는 2007년 작가 조합 파업 이후 16년 만에 대대적인 연대 파업이 이뤄진다.
지난 2007년 미국 작가 조합의 파업 당시에도 이들은 온라인 다운로드 동영상을 비롯한 VOD 서비스 등의 재송출료 비율 인상을 위해 움직였다. 그 대상이 이제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뀐 이번 파업도 같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까. 해결을 위해서는 당장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청자 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OTT 사업자들에게 이는 '기업 비밀'에 해당하며 철통같은 보안을 지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방침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한국 시장에의 영향은 어떻게 될까.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가 피부로 와닿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SL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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