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하면 주가 폭락?… 10곳 중 4곳은 오히려 올랐다
최근 유상증자 이후 주가 급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재무구조 안정과 미래 투자에 대해 확신을 심어준 상장사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종목(7일 종가 기준)의 2018년 이후 주주배정·일반공모 유상증자 76건을 분석한 결과 31건(40%)은 공시 6개월 후 주가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1년 후까지 기간을 늘려보면 상승한 건수는 32건, 일주일 뒤 주가가 오른 건수는 29건이다.
이들 유상증자 기업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공시 일주일 후에는 -2.7%로 저조했지만 6개월 뒤에는 10.6%로 반등했고 1년 후 25.6%로 뛰었다. 유상증자 기업 중 최근 몇 년 사이 주가가 크게 오른 2차전지 관련 기업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 기업이 유상증자를 하면 주가가 오히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시장가치보다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발행해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단기 수익률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정상 궤도에 안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부채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악화돼 현금 흐름이 부진한 기업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아 마지막으로 유상증자를 택하기 마련"이라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유상증자를 공시한 시점이 주가 저점인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삼성중공업은 운영자금 7825억원과 채무상환자금 50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8월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랜 기간 조선 업황이 악화하면서 이미 수차례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상태였다. 자금을 확보한 삼성중공업은 이후 적자를 축소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고 올해는 수주 호황에 힘입어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도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 기업가치가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채무상환자금 1조8159억원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1조4999억원을 조달했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을 2020년 말 660%에서 이듬해 288%로 축소하며 재무 체력을 확보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기대감 역시 확산되며 공시 후 1년간 주가는 45.7% 상승했다.
2차전지 기업 역시 유상증자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양극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은 2020년 11월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1조2735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2차전지 소재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는 목적이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공시 이후 1년간 89.8% 급등했다.
다만 유상증자 이후 재무실적 개선이 뚜렷하지 않으면 주가 부진도 계속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운영자금 6105억원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중 일부인 6050억원을 마련했다. 연초만 하더라도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상황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처럼 중국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서 실적 기대감 또한 낮아진 상태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공시일 대비 4.9% 하락했으며 올 들어서는 15.3% 내렸다.
지난해 2월 운영자금 등을 확보할 목적으로 240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솔루스첨단소재도 현재 주가가 공시일과 비교해 38.7% 떨어졌다. 2차전지 동박 시장에서 주력 제품 경쟁이 심화돼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 4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가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신뢰를 받기 힘들뿐더러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강민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에어컨 켜도 방이 너무 더워요”...살펴보니 실외기가 방안에 - 매일경제
- “이렇게 좋은데 왜 다 빈집이지?”...잘 짓고 유령 아파트가 된 사연은 [매부리TV] - 매일경제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식 출몰’ 프리고진…비결은 변장술? - 매일경제
- 공매도 1.2조 vs 개미 1.6조…대혈투 이어지는 에코프로, 누가 웃을까 - 매일경제
-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어?”...올해 여행지 고민, 싹 날려버린다 [방방콕콕] - 매일경제
- 오죽하면 재무상황도 깠다…우량 새마을금고도 속타기는 매한가지 - 매일경제
- “1년에 79만원이나”…혜택 커지는 알뜰교통카드 잘 쓰는 꿀팁은 - 매일경제
- “타이밍 못 맞추면 쫄딱 젖어요”…요란한 하늘, 소나기의 시간이 왔다 - 매일경제
- “속옷 거꾸로”...캄보디아서 사망 BJ 성폭행 의심 정황 - 매일경제
- ‘벤버지’ 벤투와 대한민국이 적이 된다? UAE와 3년 계약 임박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