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없던 광고 팠더니 나스닥 상장 눈앞···커머스부터 OTT까지 '흑자전환 해결사' 된 이 사람
"미래 보고 AI·머신러닝 고도화"
구글 유튜브 엔지니어 출신으로
광고 추천 정확도 높인 서비스
OTT 기업 등 흑자 전환 이끌어
기업가치 20억弗로 2년새 40%↑
R&D 비중, 경쟁사의 1.5배 달해"
지난해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출시해 수익성이 개선되자 올 들어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했다. 구독료 수익 중심의 ‘넷플릭스 모델’을 정석으로 삼았던 스트리밍·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서는 단연 화제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체 광고 솔루션을 개발할 기술도, 여력도 부족했다. 여기에 올 초 몰로코가 발 빠르게 OTT 수익화 솔루션을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밸리에 2013년 둥지를 튼 몰로코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광고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기업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돌파해 나스닥 상장 1순위 유니콘으로 꼽히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의 본사에서 만난 안익진 몰로코 창업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기술로 ‘리얼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라며 “지난 2년간 미리 시장을 내다보고 AI, 기계 학습(머신러닝) 기술을 고도화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트랜스포머 모델도 2년 반 전부터 광고 솔루션에 활용해 광고 추천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도에서 스포츠 중계 서비스에 탑재한 광고 솔루션을 통해 하루에 최대 3억 명에게 광고를 송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OTT 등 각종 서비스에 들어가는 하루 광고 입찰 요청 건수는 5810억 건에 달한다. 이번 서비스 출시는 안 대표에게는 본업에 가까운 일이었다. 안 대표는 구글 유튜브에 초창기 합류해 ‘추천 동영상’ 알고리즘에 탑재되는 광고 솔루션을 만들어 유튜브의 수익 모델 확립에 기여했다.
이미 리테일미디어플랫폼(RMP)으로 고객사들을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하며 쌓은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국내에서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를 비롯해 딜리버리 업체 등의 광고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상당수가 수익을 만들고 있고 실제로 흑자로 돌아선 곳도 여러 곳”이라고 언급했다. 안 대표는 “상품총판매액(GMV)이 5000억~1조 원가량 되는 곳도 정작 순이익이 나지 않는 곳이 많은데 몰로코 솔루션을 활용해 빠르면 6개월 안에 흑자 전환하고 첫해에 100억 원 정도 순이익을 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스타트업 업계를 강타한 침체기에도 몰로코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앤리서치와 싱가포르 투자사 EDBI 등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하며 구주 거래 시장에서 몰로코의 기업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2021년 시리즈C 라운드 평가액(15억 달러) 대비 4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2억 달러(약 2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리즈C 이후 매출이 5배 이상 성장했고 1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며 “한때는 더 빨리 투자금을 태워서 성장해야 하는데 너무 보수적으로 경영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의 방향이 맞았다는 것을 입증하게 됐다”고 전했다.
안 대표의 경우 첫 창업이지만 ‘경력직 창업자’로 느껴질 정도로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계로 창업해 나스닥 상장을 앞둔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들은 개척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구글과 메타가 확고히 자리 잡은 광고 비즈니스는 인기 없는 분야였다”며 “기술적인 관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냈고 지금도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사업 비용을 절감하려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기술개발(R&D) 비중은 경쟁사의 1.5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상장 이후의 목표에 대해서는 “애플·구글처럼 혁신을 담은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을 수 있는 회사가 돼 머신러닝 기술로 더 많은 기업에 혜택을 주고 싶다”며 “한국에서도 글로벌 커리어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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