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소통하자, 그래도 美 안보이익 포기 못해"... 中은 소통의지에 방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적이고 선명한 어조로 '미국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중국에 관계 개선과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3주 앞서 중국에 와 역시 소통을 강조했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같은 메시지다.
리창 총리와 회담에서 "어떤 의견도 양국 경제 및 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승자 독식이 아닌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건전한 경쟁을 추구한다"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가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에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 부총리와 만나서도 "복잡한 세계 경제 전망 속에서 두 거대 경제국이 다양한 도전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할 시급한 필요가 있다"며 "미·중 의견 차이뿐 아니라 공통 관심사에 대해 계속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방중 일정 마지막 날 기자회견에서도 "(디커플링은) 양국 모두에게 재앙이고 세계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중 목표인 소통에 관해서는 "아무도 방문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번 방중이 회복력 있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디커플링'을 대체하는 '디리스킹'을 미국의 불가피한 대중 정책으로 소개하며 사실상 대중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디커플링이 중국과 공급망, 즉 경제적 분리를 뜻한다면 디리스킹은 미국에 해가 되는 기술을 차단하는 행위다.
옐런 장관은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변화 내지 국가 안보 조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한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표적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블링컨 국무장관의 지난달 19일 방중 당시 기자회견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 디커플링은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불투명한 핵무기 프로그램,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자국민 억압에 쓰이는 특정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는 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디리스킹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블링컨에서 옐런으로 이어지는 '디리스킹'에 대한 일관된 자세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건 사실이다. 환구시보는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가오링윈 연구원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디커플링'이라는 단어 대신 '디리스킹'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은 사실상 아무 차이 없다고 간주한다. 디리스킹이 목적이라면 디커플링은 수단의 형태로 구현됐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가 미국에 해가 될 거라고 보고 대중 반도체 공급망 차단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소통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리창 총리가 "협력을 강화하는 건 중미 양국의 현실적 요구이자 올바른 선택"이라며 "소통을 강화하고 진솔한 교류를 통해 양국 경제 분야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모색해 경제 관계에 안정과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이 보인 일련의 태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 성격이 짙다.
중국 언론 펑파이는 옐런 장관 방중이 디커플링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상하이 대외경제무역대학 금융발전연구소 중후이융 부소장은 펑파이에 "중미 양국이 경제 협력을 강화해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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