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총장 "日후쿠시마에 수십년 상주하며 오염수 체크할 것"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IAEA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완전하게 검토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계속 (후쿠시마에) 상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오염수 방류가 국제적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와 절차 등 모든 면에서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 지역 상주 사무소를 후쿠시마에 설치했다"며 "국제적 전문가들이 직접 상주하며 검토를 진행하고 전체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 제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최종 보고서에 대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아시다시피 우리(IAEA)가 도출한 결론은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이전에 기술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이 굉장히 충실하게 업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시설 부근을 직접 시찰 가서 시장과 어업종사자, 상공회 소속 구성원 등 각종 이해관계자를 만났다"며 "그들의 경제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가) 진행한 임무에 대해 과학적, 기술적인 방식으로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줄 예정"이라며 "오늘 면담을 마치고 저는 뉴질랜드로 출발한다. 그곳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많아 그분들과 만나고, 이후 태평양 군소 국가들 포럼에서도 사람들을 만나 열린 대화를 하고 관련된 설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과 그로시 사무총장의 면담은 비공개 면담을 포함해 약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언 중간중간 안경을 벗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모두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 본청 밖에서 벌어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소리에 창밖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날 취재진은 비공개 면담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는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전문가 그룹 내 이견이 있었는지', '최종보고서에 ALPS(다핵종제거설비) 성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물었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오염수 방류 일정 연기 등을 일본 정부에 함께 요청할 것을 제안했지만 IAEA 측이 답변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면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공개, 비공개 질문에 대해 그로시 총장은 구체적인 설명이나 새로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오염수 방류를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품고 있는 질문과 의구심이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면담에서 민주당은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해양 방류 외 다양한 대안에 대한 재검토를 일본 정부에 함께 요청할 것 △충분한 자료 제공 전까지 해양 오염수 방류 일정 연기 △여러 국제기구와 함께 새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인 영향 분석과 검증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변인은 "새로운 거버넌스를 만들고 분석·검증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제안에만 (그로시 사무총장이)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한다',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진전이라기보다 앞으로 소통하는 것을 확약받는 의미 정도가 있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IAEA 측에서도 대화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방한하거나 우리(민주당)가 IAEA 측에 방문했을 때 다시 만나 추가적인 토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오늘 짧은 한 번의 면담으로는 굉장히 불충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오늘 질문하고 제안했지만 답하지 않은 사안도 정리해서 다시 전달하고 공식 답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 반대를 요구하며 이날 기준 1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어제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그로시 사무총장이) 핵 오염수를 마실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보고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하면 그 물을 바다에 버리지 말고 일본에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 농업용수로 쓰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할 의사는 없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1명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저지 방일의원단'을 꾸리고 일본을 2박 3일간 일본을 방문해 오염수 방류 저지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집회, IAEA 일본 지사 항의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그로시 사무총장을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민주당을 향해 "거짓 괴담으로 국민 공포를 조성하는 민주당 때문에 정작 국민을 위협하는 진짜 공포를 망각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오전 민주당과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의 면담이 있었다. 이미 써온 대본을 읽어 내려가며 'IAEA 보고서가 일본 맞춤형 용역 보고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민주당 의원들과는 대조적으로, 과학적 검증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그로시 사무총장의 답변과 발언에는 자신감과 힘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로시 사무총장은 국민들이 오염수에 우려를 표하는 것을 이해하기에 야당의 회담 제안에 흔쾌히 수락했음을 밝히며, '오염수가 문제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과학적이고 철저하게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 방식으로 검증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미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검토하기 위해 향후 수십 년간 IAEA가 후쿠시마에 상주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어제 외교부 장관과 원자력안전위원장과의 만남에서도 향후 오염수 방출 안전성 검증에 우리 측 전문가도 포함시키는 등 국민적 안심을 위한 IAEA의 협조를 약속했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을 이해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소통하며 진실을 밝히겠다는 그의 진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는 방한 후 한 인터뷰를 통해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상황을 말했다. 이전에 북한 핵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안전에 대한 통제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며 "진정으로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괴담 선동으로 공포를 조성할 것이 아니라, IAEA의 아무런 통제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북한 핵시설의 위험성에 대한 공론화에 같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IAEA는 현재 국제안전기준에 맞게 임무를 수행했고, 국제안전기준에 의해 결론을 내렸음을 강조했다"며 "이런 상황에도 민주당의 '묻지마 괴담 유포'와 '선동정치'는 멈추지 않고 있다. 'IAEA 결과를 믿지 않고 맞서는 것은 민주당과 북한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의힘은 향후에도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처리수 방류 상황을 다각도로 점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괴담 유포로 국민 불안을 조성하는 일을 멈추고, 처리수 방류에 대한 건전하고 생산적인 정치활동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향해 "IAEA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못 믿으면 무엇을 믿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IAEA와 싸우고, 과학과 싸우는 자체가 무모한 도발이다. 괴담 카르텔은 그 중 최악의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스스로 퇴장 않으면 국민이 강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7일 밤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의 시위에 공항을 곧바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약 30분가량 귀빈실에 머물러야 했다.
시위대는 새벽까지 "그로시 고 홈(Go Home)", "해양투기 반대" 등을 외치며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항의 표시를 했고, 결국 그로시 사무총장은 시위대를 피하고자 공항 화물청사 통로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8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을 잇달아 만났다. 유 위원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IAEA의 검증과 관련해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고, 박 장관은 과학적인 안정성 검증과 국민적 안심을 위한 IAEA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뉴질랜드로 향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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