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품위 마늘 시장격리 확정…비축 여부는 이달 중순 이후
등외품 5600t가량 출하 연기
생산자들 대정부 공세 높이자
수급대책 내놨지만 ‘불씨’ 여전
“수매 계획안도 조속히 내놔야”
마늘 산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하며 생산자들의 반발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저품위 마늘의 시장격리대책을 발표하며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생산자들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정부 비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 수급대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한국마늘연합회·농협경제지주와 경남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저품위 마늘에 대한 시장격리 방안을 골자로 한 ‘2023년산 마늘 수급안정 방안’ 공문을 보냈다.
농식품부는 공문에서 채소가격안정제 가입물량 2만8000t 가운데 등외품으로 분류되는 5600t가량에 대해 출하를 연기한다고 설명하고, 물량과 가격은 주산지협의체를 통해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또 채소가격안정제에 가입하지 않은 농가는 지자체·생산자단체를 통해 자체 격리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정부 비축과 관련해선 산지 가격 동향을 보며 이달 중순 이후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부가 산지경매가 시작된 지 4일 만에 수급대책을 내놓은 데는 올해 산지 경락값이 지난해보다 크게 하락해 산지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1일 경남 창녕·합천 등 산지공판장 6곳에서 시작한 건마늘 경매에서 대서종 마늘값은 상품 1㎏당 평균 3031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7월(5195원)보다 41.7%, 평년 7월(3986원)보다 24.0%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경매 직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마늘 생산량을 평년보다 6.4% 적은 31만2000t 내외로 전망하면서 산지 기대감이 다소 높아진 상태였지만 예상보다 낮은 경락값이 이어지면서 생산자들의 위기감 또한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3일 창녕농협 공판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저품위 마늘에 대한 수매와 생산비 보장을 위한 수급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7일에도 세종시에서 추가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에 대한 공세를 높여갔다.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생산자들의 의견을 일정 부분 수용해 수급대책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정부가 저품위 마늘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만큼 공세를 늦추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생산자들의 요구사항 중 상품을 높은 가격으로 수매하고, 저품위 마늘에 대한 시장격리 내용이 이번 대책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책이 산지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지만 예정됐던 마늘생산자 대회를 보류하고 가격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수급대책이 발표되면서 마늘 산지 경락값은 다소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6일 창녕 이방농협의 대서마늘 경락값은 상품 1㎏당 평균 3196원을 기록해, 전일(3110원) 대비 소폭 상승세를 띠었다. 공정표 이방농협 조합장은 “올해 벌마늘 등 저품위 마늘의 출하 비율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저품위 마늘 수매대책이 효과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방농협뿐 아니라 창녕·합천 지역의 경락값이 전반적으로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수급대책이 저품위 마늘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상품 가격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현재 산지 마늘값이 낮게 형성된 가장 큰 이유는 수요자인 깐마늘 가공업계가 깐마늘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구매 여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깐마늘값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산지 마늘값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산지에서는 마늘값 반등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수매비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노태윤 합천동부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수매비축 계획을 발표해 기준가격을 세워줘야 산지의 불안감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곧 산지농협들이 수매에 들어가는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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