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이 ‘신혼집 증여세’ 공제 확대?···청년층 반응은

이유진·강은 기자 2023. 7. 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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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실. 경향신문 DB

정부가 ‘저출생 대응’을 위해 결혼 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청년층 일각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부담, 여성 경력단절, 취업난 등 복합적 이유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부자 감세’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혼인신고 전후 2년간 이뤄진 결혼자금 증여분을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공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인신고 전 1년부터 신고 후 1년 사이에 전세 보증금, 주택구입자금 등을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경우 일정 금액까지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행 5000만원 한도인 증여세 공제 기준이 1인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청년층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2월 결혼한 박모씨(33)는 “물가가 다 오르고, 특히 서울 집값을 감안하면 부모에게 증여받는 금액에 대한 비과세 범위를 늘려주는 정책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혼을 계획 중인 A씨(32)는 “그렇지 않아도 부모님 도움을 받아 결혼을 준비 중이었는데 여유자금이 생길 것 같다”며 “어차피 증여세를 피해서 지원받는 법이 알음알음 공유되는 마당에 양지화하는 게 낫다고 본다”라고 했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저출생 대응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B씨(31)는 “자식 결혼할 때 1억원을 증여할 여유가 있는 집이면 진작 결혼시키지 않았겠냐”며 “결혼을 안 하는 이유 중 경제적 요인이 큰 건 맞지만, 증여세 공제 확대가 그 해법이라 생각하는 건 결국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이어 “여성 경력단절이나 육아 문제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일단 결혼해서 애 낳으라는 거냐”라고 말했다.

증여할 재산이 없는 부모와 물려받을 돈이 없는 자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비판과 함께 비혼 가구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오는 9월 자녀가 결혼 예정인 김모씨(63)는 “뉴스를 보자마자 보태줄 돈이 없어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다”며 “집값도 집값인데 식장 예약부터 결혼식 자체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아보였다. 이런 것부터 좀 해결을 하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비혼주의자인 고모씨(34)는 “결혼 여부에 따라 증여세 한도를 달리한다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증여세 공제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공평하게 기준을 적용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의 대물림’에 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은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번 정책은 도움이 그다지 필요없는 쪽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 공감을 받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계급화를 부추긴다는 점”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그런 시도 중 하나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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