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로 뭉친 네 자매 “다음에는 공식대회에서 골 넣을래요”
네 자매는 지난 7일 충남 태안을 함께 찾았다. 바다를 구경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전에 1남4녀 중 막내 오태규(23)씨를 제외한 자매들은 태안군민체육관을 들려 충북 청주시 SHERO(쉬히어로) FS의 유니폼을 입었다. 풋살 동호인이 출전하는 ‘한국풋살연맹(KFL) 2023 풋살 코리아(FK)컵’ 여자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첫째 오예서(33), 둘째 오수진(31), 넷째 오다경(25)씨는 경기장에, 셋째 오선진씨(28)는 이제 갓 100일을 지난 아들을 안고 관중석에 앉았다. 청주시 SHERO FS는 이날 8강 토너먼트에서 서울 성동WFC와 승부차기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 동점골(5-5)을 허용했지만,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다경씨는 “같이 바다를 볼 생각으로 왔지, 우리가 승리할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경기 뒤엔 넷이서 바닷가 모래 축제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며 웃었다.
셋이 축구를 시작한건 지난 2월이다. 맏언니의 제안으로 자매들이 함께 축구장으로 향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예서씨는 “2~3년 헬스를 했는데 아무래도 혼자하는 운동이다 보니 지루했다. 과거 스쿼시를 잠시 배울 때 느꼈던 사람들과 어울려 운동했던 재미를 찾다가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동생들도 내가 꼬셨다”고 설명했다. 예서씨는 “우리가 축구 시작한지 2주째인가 선진이가 구경을 와서는 ‘진짜 못한다’며 핀잔을 줬다”며 “승리하고 나서는 ‘진짜 잘한다. 자랑스럽다’고 말해 우리도 뿌듯했다”고 감격해했다.
아직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초보들이지만 어느새 풋살은 삶의 활력소가 됐다. 예서씨는 풋살의 매력으로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두고 서로를 다독이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뛴다는게 인생과 비슷하다”고 했다. 아들 셋을 키운다는 둘째 수진씨는 “공을 차는 순간 잠시라도 육아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 평소에는 그냥 아들 셋의 엄마였다가, 축구를 하면서 진짜 ‘우수진’이 되는 것 같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처음에 축구를 시작하는 것에 가장 거부감이 컸다는 다경씨는 “처음에는 공을 하나도 못찼다.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면서 조금씩 실력이 늘고,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예서씨는 옆에서 “지금은 우리 셋 중에 다경이가 가장 잘 한다”고 거들었다.
청주시 SHERO FS는 8일 준결승에서 인천ALTONG레이디스에 0-14로 져 탈락했다. 셋은 경기 뒤 “우리가 함께 뭔가 이뤄낸다는게 놀랍다. 아직 이런 큰 공식대회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골을 넣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예서씨는 “선진이도 애가 조금 더 크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며 네 자매가 함께 한 팀에서 뛸 날을 기대했다.
태안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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