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 94일 대장정 마무리…가능성 확인하고 숙제도 남겨
관람객 50만명…단체 줄고 가족·친구 동반 늘어
올해 신설된 '박서보상', 예술인들 반발로 폐지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94일간 대장정을 마치고 9일 폐막한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란 주제로 지난 4월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5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현대미술로 다시 한번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관람 유형을 보면 친구와 동반한 관람객이 48.2%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가족 동반 32.2%, 단체 관람은 6.3%로 집계됐다.
비엔날레의 단체 관람이 적었지만, 전국 각지 문화예술 전공 대학생들의 관람이 이어지면서 동시대 최첨단 문화⋅예술 교육 현장이자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한 10여명의 시⋅도교육감이 방문해 관람했, 가수 김완선, 엄정화, 화사와 소설가 김영하 등이 광주비엔날레를 다녀가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관람객 수뿐만 아니라 만족도에서도 75.9%를 보여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70.4%보다 5.5% 포인트 상승해 전시의 퀄리티 면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은유 통한 '광주정신' 보편적 확장 가능성 확인
이숙경 예술감독이 기획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31개국 43개 도시, 79명 작가의 340여점 작품이 절제된 미학 속에서 조화를 이뤘다.
동시대 사회 현상 속에서 선주민들의 전통, 치유법, 집단 창작, 공예 등 삶에 대한 지혜와 현대인들이 성찰하고 치유받고 공존하는 삶에 대한 새로운 예술 가능성과 대안을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았던 작품은 대형 조형물을 만질 수 있었던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란 작품이었고, 이건용 화백의 '바디스케이프 76-3', 타스나이 세타세리(Thasnai Sethaseree)의 '거품탑' 등도 주목을 받았다.
팡록 술랍(Pangrok Sulap)의 5⋅18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들을 포착한 '광주 꽃 피우다',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과 광주지역 놀이패 '신명'이 협업한 회화 작품 등은 광주정신의 보편적 확장과 깊은 울림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았다.
◇광주를 세계에 알리고 관광 효과 불러온 9개국 파빌리온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간 중 9개국(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이 참여한 파빌리온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져 '미술의 도시' 광주를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냈다.
각 국가별 파빌리온은 동시대 화두인 기후 문제와 자국 전통, 소수민족 문화 등을 아우르면서 본 전시와 상호작용하며 도시 전체가 미술 전시장으로 변모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9개국 파빌리온이 마련되면서 주한 중국 대사, 주한 프랑스 대사, 주한 이탈리아 대사,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 등이 광주를 찾아 자연스럽게 교류를 하게 돼 광주가 외교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일부 파빌리온이 밀집된 양림동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찾아 새로운 문화 관광의 장소로 떠 올랐는데 캐나다 파빌리온의 이강하 미술관, 프랑스 파빌리온의 양림미술관, 폴란드 파빌리온의 갤러리 포도나무, 스위스 파빌리온의 이이남 스튜디오 등이 새로운 문화 장소로 주받았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주 전시장과 광주 곳곳에 위치한 부전시장과 9개국 파빌리온이 존재하여 하루 일정으로는 모든 전시를 소비하지 못하게 되자 1박 2일 코스로 감상하는 이들이 여느 해 보다 많아 관광과 연계한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기대와 숙제 남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많은 기대와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비엔날레 기간 중 이숙경 예술감독이 맨체스터대학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됐고, 일본 참여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는 내년에 열리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선정됐다.
또한 5전시실(행성의 시간들)에 '해바라기 공성전차' 영상작 업을 선보인 참여 작가 스카이 호핀카(Sky Hopinka)는 아트바젤이 매년 2명 현대미술가에게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을 지난 6월 13일에 수상해 광주 비엔날레가 월드 클래스와 어깨를 맞대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픔도 있었다. 지난 5월 31일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인 카자흐스탄 출신 바킷 부비카노바(Bakhyt Bubikanova)가 고향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녀의 작품은 제3전시실에 설치돼 있는데 이번 비엔날레가 마지막 전시가 됐다.
커다란 숙제도 남겼는데 이번 비엔날레가 야심 있게 추진한 '박서보 예술상'이 지역 예술가들의 반발로 폐지되는 사건이 그것이다.
지난 3월 기지재단이 광주 비엔날레재단에 기증한 100만달러 후원협정을 맺고 박서보 화백(91)의 이름으로 제14회 광주비엔날레부터 상을 주기로 하고 첫 회 수상자로 '코 없는 코끼리' 작품의 엄정순 작가를 선정해 상금 10만달러(1억 3천만원)을 수여했다.
하지만 '박서보상' 제정은 개막식부터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엘리트 작가 양성'이라고 비난했고, 지역 예술인들은 박 화백이 1970~1980년대 독재정권에 부역하고 5⋅18민주화운동 등에 침묵하며 제도권 미술 권력으로 군림하는 등 ‘광주정신’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소통하지 않고 밀실 행정으로 박서보상을 만들었다며 지역 예술인들이 전시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자 여론을 의식한 비엔날레재단이 결국 상을 폐지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결국 1회 수상자 상금 10만달러를 제외한 90만달러는 기지재단 측에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박서보상 논란을 계기로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국내 예술인들과 소통하고 ‘광주정신’을 좀 더 승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숙제를 부여받았다.
오는 2024년 9월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30주년을 맞는 전시회로에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맡아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란 주제로 개최된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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