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윤대통령, 기시다에 오염수 다양 의견 전하고 협력 약속받기를
(서울=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주말 이틀간 박진 외교부장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등과 만나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 입장을 청취했고,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도 국회에서 따로 만났다. 2박3일 간의 방한 기간에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IAEA 보고서 내용과 신뢰성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고서에 참여한) 어떤 전문가도 그(보고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내게 말하지 않았다"며 "이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낮춰 방류하겠다는 일본 측 계획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희석을 통해 농도를 낮춰서 방류하는 방식은 특별한 게 아니다. 한국, 중국, 미국, 프랑스 다 하는 방식"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IAEA는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이 제대로 잘 지켜지는지 완전히 검토하기 위해 수십년간 일본에 상주할 것"이라는 계획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로시 사무총장 면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IAEA 조사가 '일본 맞춤형 조사', '셀프 검증' 등이라고 비난했고, 오염수 해양투기 연기와 대안 검토를 거듭 주장했다.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ALPS 시설에서 걸러진다고는 하나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된다는 사실 자체에 지리적으로 일본에 가까운 국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제는 좀 더 과학적 분석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원자력 문제와 관련해 가장 권위적이고 전문적인 국제기구인 IAEA가 2년간에 걸쳐 실시한 조사와 검증의 결론이 '국제 안전기준 부합'이다. 우리 정부의 자체 검토 결과도 '오염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배출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며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원자력, 방사선 분야 과학자들도 이런 결론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의 시뮬레이션 결과 방출된 오염수 중 삼중수소는 10년 후 우리 바다의 평상시 삼중수소 농도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인 0.001Bq/㎥(세제곱미터당 베크렐) 내외에 도달할 뿐인 것으로 추정됐다. 여러 결론과 보고서는 최소한 과학적 측면에서 오염수 방류에 과도한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하면 그동안 밝혀온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국제사회가 철저하게 감시하고 안전에 필요한 추가 검증을 하는 방안에 좀 더 관심을 집중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IAEA의 지속적 검증과 함께 한국 전문가와 전문기관의 계속적 참여를 요청했다. 적절한 요구다. IAEA 후속 검증에 한국도 직접 참여하며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이와 별도로 우리 정부는 일본 근접 공해상에서의 방사능 모니터링 대상 추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ALPS 필터 점검 주기 단축과 강화 등 기술적 보완사항을 권고했다. 당연히 일본은 이런 우리의 목소리에 반응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주 리투아니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2개월 만에 양국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게 된다면 오염수 방류가 가장 우선 사안으로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원칙 속에 국내의 다양한 의견을 전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철저한 협력 약속을 확인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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