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 “강제동원 대법 판결 수긍”···일본 측 입장과 배치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논문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 결론이 합당하다고 평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권 후보자가 쓴 ‘2018년 민법 판례 동향’ 논문을 9일 살펴보면, 권 후보자는 논문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0월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평가·분석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언급이 없다며 이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 측 입장과 배치되는 판단이었다.
권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논문에서 “청구권협정의 전후 경위를 살펴보면 청구권협정이 과연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시키기로 한 것인지는 불명확하다”라며 “특히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과 같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권까지 소멸시키는 것이 청구권 협정에 임하는 양국의 의사였는가에 관해 명확한 상호 이해와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썼다.
권 후보자는 이어 “오히려 이 부분에 관해 서로 견고하고 정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외교적으로 갈등을 적당히 봉합했는지도 모른다”며 “이처럼 외교적으로 봉합된 조약의 해석 과정에서 불명확성이 존재한다면 그 조약의 내용은 가급적 국제법상으로 보호되는 보편적 인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일괄처리 협정 형태의 조약이 국제법적으로 승인되고 있다면서도 “적어도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키는 해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결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며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태도는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강제동원과 같은 국가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킨다는 명시적 문언이 없는 한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권 후보자는 국내에 있는 일본 기업 재산은 집행이 가능하지만 일본에 있는 재산 집행은 어렵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이 얼마나 실효적인 구제수단이 될 수 있을지, 외교적 차원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그러면서 “실제적인 구제는 사법 영역을 넘어 입법 영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별다른 입법 없이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기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제3자 변제)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반대하는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탁 절차를 밀어붙였지만 최근 법원 공탁관들은 줄줄이 ‘불수리’ 결정을 내놨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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