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투엔 '영등포 로프트시티' 은린개발 '다이얼로그 191', 임대주택도 호텔처럼 멋있게 지으면 안 되나요?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7.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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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우수상
영등포 로프트시티 물결치는 듯한 입체 형상 획일적 네모난 창 벗어나

제로투엔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영등포 로프트시티'가 제27회 매경 살기좋은 아파트 선발대회에서 주거복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영등포 로프트시티'는 '임대주택도 호텔처럼 멋있으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할 때 건축물의 안전성과 견고성에 대한 품질 기준은 상당히 엄격하지만, 상대적으로 건물 디자인에 대한 요구 수준은 높지 않았다. 제로투엔은 기존 임대주택에 디자인적 측면을 보완한다면 임대주택이 낙후됐다는 이미지를 벗어나 거주민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좋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등포 로프트시티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3가에 위치한 오피스텔이다. 지하 2층~지상 19층, 주거 188가구, 근린생활시설 5실로 구성됐다. SH가 전 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로투엔은 영등포 상권 주변 고층 오피스텔이 획일적으로 네모난 창으로 반복된 모습을 한 것에 변화를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대상 사업지가 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이 최대 800%까지 적용되는 점을 활용해 수직적 볼륨을 강조하기로 했다. 대부분 매입임대주택이 5층 이하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이었기 때문에 호텔과 같은 느낌을 부여해 지하 2층~지상 19층의 수직 볼륨과 입면을 계획하면 기존 매입임대주택과 좋은 대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등포 로프트시티는 입체적 파사드(정면부)를 통해 조화로우면서도 다채로운 도시 경관을 목표로 했다. 입체적 형상을 부각하기 위해 물결 치는 듯한 곡면 돌출 프레임을 사용했다. 이 같은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빛에 따라 그림자가 지며 건물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깊이감을 갖추게 된다. 메인 프레임과 곡면 사이 색상 대비를 극대화해 입체적 경관이 만들어진다. 곡면 돌출 프레임을 사용한 파사드 디자인은 매입임대주택 역사상 첫 시도다.

영등포 구도심, 30m의 대로변에 접한 대지 주변에는 밤낮으로 많은 보행자가 드나든다. 로프트시티의 전면부에는 공개공지를 설치해 보행자의 경험을 확장하고 복잡한 보행 공간 속 쉼터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 지역의 특성은 대로변 상권보다 이면골목의 상권이 훨씬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공개공지를 활용해 30m 대로변과 이면의 먹자골목을 적극 연결시켰다. 먹자골목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해당 오피스텔의 근린생활시설 활성화에도 영향을 주는 1석2조 효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다이얼로그 191 공용공간에 아트리움 설치 밝고 쾌적한 공간 만들어

임지환 제로투엔 대표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만큼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 부문의 양극화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은린개발이 시행한 '다이얼로그191'도 제27회 매경 살기좋은 아파트 선발대회에서 주거복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은린개발은 제로투엔의 관계사로 제로투엔도 설계에 참여했다. '다이얼로그 191'은 서울 은평구 구산동 549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앞서 '영등포 로프트시티'와 마찬가지로 SH가 전 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 총 69가구로 구성됐다.

은린개발은 공공주거에서 요구하는 표준모델을 넘어 거주자에게 좋은 거주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공공성을 갖춘 주택이기에 오히려 간과하기 쉬운 공용공간의 마감 재료와 조명을 더 신경 썼다. 지상 1층에 마련된 주민공동마당은 다이얼로그191만의 특성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공공주거에서 공용 공간은 목적이 불분명한 커뮤니티시설과 진입구, 복도 정도의 공간이 전부였다. 하지만 공용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좋은 주거 환경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판단했다. 주민공동마당은 북측의 '갈현로 11가 길'과 연결된다. 도로에서 마당이 직접 연결되는 셈이다. 또 공용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선큰과 연계한 커뮤니티시설도 계획했다.

특히 거주민 모두가 공유하는 홀 공간에 천장이 있는 아트리움을 설치해 어둡고 답답한 공동주택이 아닌 밝고 쾌적한 주거지를 만들었다. 공용 공간에 아트리움을 설치한 것 역시 매입임대주택 사상 최초 시도였다.

신혼가구를 위한 최상층 5가구에 중정을 추가한 것도 특별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총 5가구의 실내에는 중정형 테라스가 들어서게 됐다. 이 중정은 방 2개와 욕실, 즉 3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반 아파트는 물론 민간 연립주택에서도 보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으로 지금까지 매입임대주택에 없었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임지환 제로투엔 대표는 "대단지 아파트와 달리 단독 아파트는 관리가 어려운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며 "하지만 이런 중소형 필지 단지를 LH와 SH 등 공공이 사들여 블록으로 관리한다면 장기적으로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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