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미중 디커플링은 재앙…안보 위한 '표적화 조치'는 계속"(종합2보)
돌파구 없었지만 "양국관계에 확고한 발판…건강한 관계 가능"
나흘간 방중 마무리…일부 전략산업 '디리스킹' 지속 예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9일 미중간에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일부 전략 기술에서 중국의 접근을 불허하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9일 나흘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며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뒤 "디커플링과, 핵심적 공급망 다양화 및 표적화한 국가안보 조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두 경제대국을 디커플링하는 것은 두 나라에 재앙적일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할 뿐더러,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도 없는 일임을 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어 "우리는 역동적이고 건강하고, 열려있고, 자유롭고, 공정한 글로벌 경제를 원한다"며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한쪽 편을 들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미국은 우리와 동맹국들의 국가 안보 이익을 수호하는데 필요한, 표적화한 조치들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는 동안 우리의 국가 안보 조치들이 투명하고 범위가 제한돼 있으며 명확한 목적에 표적화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중요한 원칙들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또 미국이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기업과 자본의 대중국 투자 제한과 관련, 고도로 표적화해서 투명하게 진행할 것임을 중국 측 대화 상대방에서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결국 옐런 장관은 미중간의 전반적인 경제적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은 추구하지 않지만, 중국의 국방력 강화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옐런 장관은 자신에 앞서 지난달 중국을 찾았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양국 관계의 안정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중대한 이견들이 있으며, 이들 이견을 다루는데는 분명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초강대국 간의 충돌이라는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두 나라는 모두 이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측면에서 공동 이익을 진전시키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옐런은 "우리는 기후 위기와 국가 부채의 지속가능성 등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도전 영역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한 뒤 "이는 미중 양자 현안이 아니라 책임있는 글로벌 지도력에 관한 문제"라며 미중 갈등 속에서도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양국간 건설적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신흥국가들에 대한 채무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중국 측과 논의했다면서 양자간 채권·채무 기준으로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채무 구조조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도 거론했다고 소개했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중국과 지적재산권 문제와 비(非) 시장적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미국 기업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들과 관련,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자국 중요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한 일과 올해 들어 중국 공안 당국이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 등에 대해 강제 조사에 나선 일 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됐다.
옐런은 또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옐런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전쟁과 관련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제재를 회피하도록 돕지 않는 것이 "필수적"임을 중국 측 대화 상대들에게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옐런 장관은 자신이 7∼8일 이틀에 걸쳐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 10시간 가량 양자 협의를 했다면서 이번 방중 협의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보다 확실한 양국 관계의 발판을 만드는 일에 접근했다고 평가한 뒤 이번 협의를 통해 "일부 진전을 이뤘다"며 양측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견을 단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이번 방중 협의가 "중국의 새 경제팀과 회복력있고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 결제 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을 잇달아 만났다.
지난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시진핑 집권 3기를 이끌 중국 경제팀의 새 진용이 구축된 뒤 옐런 방중을 통해 미중 경제팀 간에 상견례를 겸한 첫 '일합'을 겨룬 셈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판궁성 인민은행 당 서기를 "인민은행 수장"이라고 불렀다.
중국이 이강 현 인민은행장 대신 판 서기를 내세워 옐런과 대화하게 한 것은 최근 당 서기로 임명된 판 서기가 곧 인민은행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실은 일로 평가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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