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엔 ‘코스트코’가 없다…거기에 숨은 딜레마

이지은 2023. 7. 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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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를 대표하는 관광단지는?"

이 질문에 어떤 답이 떠오르십니까. 많은 분이 중문관광단지를 꼽을지 모르겠습니다.

중문단지는 올해로 쉰 살을 채운 서귀포 대표 명소이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 뜨는 곳도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신화역사공원. 호텔과 리조트, 콘도, 쇼핑센터까지 어우러진 복합관광단지입니다.

전체 면적이 중문단지보다 넓은 390만㎡입니다. 2013년 첫 투자가 시작돼 지금까지 2조 1,37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추가 투자까지 마치면 총 투자액은 3조 원을 넘을 전망입니다.


■ 코스트코에 목 매는 중국 자본

3조 원대 투자를 주도한 곳은 중국 자본입니다. 홍콩 엔터테인먼트 회사 '람정그룹'이 사업을 견인해 왔습니다.

람정그룹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코스트코(COSTCO)'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 코스트코 맞습니다.

미국의 창고형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를 신화공원에 입점시키려고 백방으로 뛰는 중입니다. 코스트코가 들어와야 종합휴양시설이 갖춰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식을 줄 모르는 미·중 갈등을 생각하면, 다소 생경한 모습이죠? 그럼에도 중국 자본이 코스트코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뭘까요.

중국 내 코스트코의 인기 때문입니다.

올해 중국 설 연휴 기간 중국 상하이 코스트코 매장이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트코를 즐겨 찾는 중국 중산층들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 패권 전쟁도 할인 앞에서는 맥을 못 추나 봅니다.

단체관광 제한으로 예전만 못하긴 하지만, 제주도는 지금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관광지입니다.

제주도에 코스트코 매장이 들어서면 중국 관광객 손님 모으기에 효과적일 것으로 '람정그룹'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화역사공원 테마파크 (JDC 제공)


■ 두 마리 토끼, 쉬울 리 없다

그런데 코스트코 입점은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람정그룹과 함께 신화공원을 조성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고민이 깊습니다.

JDC는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드는 사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세계 여러 기업과 개인이 제주도를 무대 삼아 경제활동을 하고 여가와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JDC가 그리는 국제자유도시입니다.

외국기업의 자유로운 영업을 보장하고, 제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텐데요.

고민의 이유는 제주의 농어민과 자영업자입니다. 수입 농수산물과 식품 등을 대량 판매하는 코스트코의 입점을 반길 리 없습니다.

제주도는 일단 올해 안에 제주도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코스트코 입점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신화공원에 코스트코 입점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JDC의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국제도시로서 제주도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동시에 도민과의 상생도 꾀해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겁니다.

JDC가 출범한 지 올해로 23년째입니다.

제주도는 아직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국제도시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아직이냐고 묻는 말에 JDC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섰다고 말합니다.

김경훈 JDC 기획조정실장은 "국제자유도시란 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도시를 뜻한다"면서 "우선 사람과 상품,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어교육도시(JDC 제공)


영어교육도시 조성은 순조로웠습니다.

현재 영국과 캐나다 등에 본교를 둔 4개 국제학교가 제주도에 자리를 잡았고, 질 높은 교육으로 90% 넘는 충원율을 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은 대표적인 인구 소멸 지역으로 꼽혔지만,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된 이후 인구가 40% 넘게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일자리 늘리기도 대체로 순항 중입니다.

제주시 아라동에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가 세워져 현재 200곳 넘는 기업이 입주했고, 3,000명 넘는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시 월평동에는 이 첨단과학기술 2단지 설립이 진행 중입니다.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고…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위한 물리적 기반은 다져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사람·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동반돼야 합니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제주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에 필요한 지원시설, 근로환경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며 "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정책 수단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데, 도민과의 상생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 쉽지 않은 난제가 분명합니다.

JDC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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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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