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콘텐츠 저작권, 제값 받기’

2023. 7. 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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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는 누적 접속자 8300만명, 누적 조회 18억회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저작권 피해액은 4조 9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 관련 부처의 공동 대응 발표에 이어, 누누티비는 4월 종료를 공지했다. 그러나 지금도 유사한 제2, 제3의 저작권 침해 사이트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 일류로 주목받음에 따라, 영화·방송 등 영상 뿐만 아니라, 웹툰, 캐릭터,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 작가의 작품이 중국에서 무단 도용돼 판매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된 것을 비롯, 상반기 중국에서만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 적발 건수가 2만 건을 넘었다고 한다. 이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저작권보호원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웹툰 콘텐츠가 해외에서 불법으로 번역·유통되는 것이 확인됐다. 중국어만이 아닌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9개 언어로 번역· 유통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동남아, 중동, 북미와 남미, 유럽 등 한류의 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저작권 침해라는 꼬리표가 함께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해외에서의 저작권 침해 경로는 다양하다. 먼저, 누누티비와 같이 영상물을 무단으로 업로드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가장 피해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예이다. 그 밖에도 다른 서버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의 링크를 가져와 자신의 사이트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링크사이트, 토렌트와 같은 P2P 프로그램, 회원제 사이트나 개인 블로그, SNS, 모바일앱을 통해 불법으로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합법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서도 권리자 허락없이 우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그나마 이들 사이트에서는 권리자가 모니터링을 통해 전송 중단(또는 삭제) 요청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완벽한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즉, 단세포 생물인 플라나리아처럼 증식하는 불법 사이트에는 두더지 잡기 게임의 형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 디지털 포렌식 절차

끈질긴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저작권보호원은 350명이 넘는 전문 모니터링 인력과 24시간 동안 자동으로 추적·적발하는 시스템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복제물을 적발하고,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고, 삭제·전송 중단 권고, 계정 정지 등 시정조치(저작권법 제133조의3)를 하고 있다. 또한 해외 정부 사법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침해 대응 협업을 해오고 있으며, 국내 경찰과 저작권특별사법경찰의 수사 및 증거 수집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24시간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

이처럼 다양한 대응 조치를 하고 있으나, 저작권 침해 문제가 완벽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우리는 발상을 전환해 보기로 했다. 특히 해외사이트의 경우 무단 이용을 확인한 후, 단순히 삭제 조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권리자와의 정식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것이다. 실례로, 올해 5월 보호원은 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미디어사와 국내 방송사간 방송 프로그램 공급 계약 체결에 가교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해외 현지 당사자와의 정식 이용 허락 계약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첫째, K콘텐츠 애호가들이 제값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진전된다면 현지인들 사이에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 콘텐츠를 정식으로 계약하고 공급하는 기업이 해외 시장에 자리 잡으면 그 나라의 무단 이용 사이트를 견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불법 사이트에 대해서는 접속차단을 통해 국내 이용자들이 사용을 못 하게 하거나, 수사 지원을 통해 운영자를 처벌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왔다. 물론 앞으로도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하겠지만 나아가 '우리 콘텐츠 제값 받기'를 위해 당사자들을 연결하고 계약을 중재하는 역할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호원은 7월 3일, 미국 6대 메이저 영화사 협회인 MPA 본사와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인식 제고 공동 노력을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은 K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 대응망을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세계로 확장할 수 있고, 상호 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저작권 집행에서의 상승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종합대응체계

물론 저작권 침해 대응과 침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의 바탕에는 우리 국민과 해외 K콘텐츠 이용자 사이에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이라는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이에 보호원은 저작권 보호의 공감대 확산을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까지 통용될 수 있는 통합적 메시지의 캠페인 BI 슬로건과 이미지도 개발했다(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Copyright Right now). 개발된 BI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할 홍보영상, 저작권 보호 교육, 교류 협력 세미나 등 다양한 홍보 사업에 활용한다.

지금 우리는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저작권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의 것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남의 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국내를 비롯 해외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보호에 관한 관심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jypark@kcopa.or.kr

〈필자〉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 미국 듀크대 대학원 정책학 석사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장, 문체부 국민소통실장, 문체부 대변인, 문체부 미디어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오랜 문화예술 정책 경험에 기반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다양한 해외 업무 경험을 활용해 우리 문화예술 콘텐츠의 국제적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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