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국제학교·첨단기업 유치로 '동북아 거점도시' 발돋움

제주=노해철 기자 2023. 7.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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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자유도시 가보니]
BHA 등 4개 국제학교 유치···교육 인프라 갖춰
정주 인구 42% 늘고 1.1조 유학수지 절감 효과
미래 먹거리 창출 위한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다음 카카오 등 203개 입주···7.1조 매출 거둬
2027년까지 모빌리티 특화 2단지 부지 준공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내 위치한 브랭섬 홀 아시아 국제학교의 모습. 사진=노해철 기자
[서울경제]

지난 6일 방문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브랭섬 홀 아시아(BHA)’에서는 세계적인 명문 국제학교의 위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세워진 학교 건물들은 제주의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스링크장과 수영장과 같은 대규모 체육시설도 철저한 관리 아래 운영돼 눈길을 끌었다. 캐나다에 본교를 둔 BHA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에 국제표준 교과과정인 IB 프로그램을 적용하며 지난해 기준 졸업생 10명 중 9명 이상이 해외 우수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제주가 동북아 거점도시로의 변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곳에는 국가 차원의 개발 사업으로 다수의 명문 국제학교를 유치하며 글로벌 교육 인프라를 갖춘 상태다. 이에 더해 첨단기업을 지원하는 산업단지를 추가 구축해 기존 관광 중심에서 모빌리티 등 4차 산업 중심의 지역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자리한다. JDC는 2002년 5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약 21년간 제주도를 국제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전담해왔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투입된 비용은 국비와 민자 등을 포함해 총 7조 4754억 원(JDC 2조 1984억 원)에 달한다. 이종일 JDC 기획조정실 부장은 “제주는 동아시아 주요도시에 접하고 인구·경제 규모가 적어 다른 지역 대비 국제자유도시로의 제도 수립이 용이하다”며 “공항, 항만, 도로 등 인프라를 갖춰 최소 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어교육도시 전경. 사진 제공=JDC

JDC의 대표적인 사업인 영어교육도시는 ‘동북아시아 교육허브 조성’이란 비전으로 2008년 첫발을 뗐다. 이곳엔 현재 BHA와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한국국제학교(KIS) 등 4개 국제학교가 위치한다.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곶자왈도립공원, 119센터 등도 함께 마련돼 있어 우수한 정주 여건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기준 영어교육도시가 위치한 대정읍 인구는 2만 4020명으로 2010년(1만 6934명) 대비 42% 늘었다.

사업 성과도 눈에 띈다. JDC에 따르면 제주 영어교육도시로 인해 2022년까지 1조 1196억 원의 누적 유학수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해외 유학이나 어학 연수에 대한 수요를 국내로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영어도교육도시 재학생 4812명의 제주도 내 직·간접적 소득창출효과는 연간 1970억 원으로 추정된다. 목표 학생 9000명 달성 시에는 연 3689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JDC는 앞으로 3개 국제학교를 추가 유치할 예정이다.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현재 학생 충원율이 91.9%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소재 국제학교의 충원율(채드윅 송도 68.2%)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최근 입학 경쟁률은 4.1대 1로, 입학 가능 정원 대비 4배 이상의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JDC는 지난해 12월 신규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으며 현재 설립계획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 과정의 7개 국제학교와 1개 대학교를 만드는 것이 JDC에 주어진 임무”라며 “작년 취임 이후 1개 학교를 신규 추가했고 카이스트와 함께 캠퍼스를 유치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조감도. 사진 제공=JDC

제주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산업 성장 기반 구축의 ‘전진기지’인 첨단과학기술단지 1단지에는 다음 카카오와 이스트소프트 등 총 203개 사가 입주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 1000억 원, 고용 인원은 3131명에 달한다. JDC는 추가 입주 수요에 대응하고자 2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퍼스널모빌리티(PM) 등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특화 단지로 짓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개발계획 등에 대한 인허가를 마친 단계로 2027년 부지조성공사 준공을 목표로 한다.

박성민 JDC 제2첨단팀 차장은 “2단지 조성 시 약 3600명의 신규 고용 유발, 1조 3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2단지 입주기업들이 수도나 전기는 물론, 단지 외에 여러 시설들을 이용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1단지 입주기업과 함께 국·내외 사업 네트워크를 연계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제주도는 집값이나 자녀 교육 고민이 많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주거와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라며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즐기면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제주도에서 첨단 기업들이 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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