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눈물 닦아준 ‘제주영어교육도시’… 국내로 돌린 유학비용 1조 넘어

제주=김민정 기자 2023. 7.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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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어교육도시 ‘브랭섬홀 아시아’ 방문
아이스링크장·수영장·실외 골프 연습장 딸린 학교
‘유학 수요 흡수’ 효과… 학비 1년에 평균 3500만원
유학수지 절감 효과 1조1196억원 추산
“2001년부터 조기 유학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기러기 아빠가 늘어났죠. 해외 유학 수지도 악화해 경제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해외 유학 수요 흡수를 위해 제주에 영어교육도시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까지 1조1000억원 넘는 유학수지 절감 효과를 거뒀죠.”

이승호 JDC 영어교육도시처 부장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브랭섬홀 아시아’ 국제학교 전경. 캐나다 토론토에 본교를 둔 브랭섬홀 아시아 학교 한가운데에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제주=김민정 기자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브랭섬홀 아시아’ 국제학교. 9만4954㎡의 넓은 부지에 커다란 건물들이 넓은 간격을 두고 배치돼 있었다. 축구장 면적의 13개가 넘는 크기다. 방학이라 학생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스링크 등에서는 운동을 하는 학생도 볼 수 있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2012년 10월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세 번째로 들어선 국제학교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교를 두고 있는 브랭섬홀 아시아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통합 과정 수업을 진행한다. 정원은 1495명으로 총 73학급을 운영 중이다. 현재 학기 시작일 기준으로 1136명이 재학 중이다.

학교에는 도서관이나 공연예술센터 외에도 아이스링크와 수영장, 실외 골프 연습장 등의 시설이 있다. 특히 올림픽 규격으로 제작된 수영장에는 2019년 미국 수영 국가대표팀이 훈련을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초·중·고등학교에서 볼 수 없는 시설들이 학교에 갖춰진 것은 학교를 정부 지원 없이 모두 학부모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학비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비싸다. 제주국제학교 네 곳의 1년 학비는 평균적으로 연간 3500만원에 달한다. 기숙사 비용 등은 별도다.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관계자는 “2015년부터 14명을 대상으로 전액 장학금을 지원했고, 현재 4명이 재학 중”이라며 “사회적 배려 계층 학생에게 학비나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졸업한 학생의 90% 이상이 외국 대학에 가는 만큼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유치부에서 고등 교과 과정까지 IB 프로그램으로 교육한다. IB란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국제학력인증기구)에서 개발해 운영하는 국제 표준 교육과정이다. 졸업생 대부분은 해외 대학으로 진학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제주국제학교 졸업생의 대학 입학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브랭섬홀 아시아 국제학교에 있는 아이스링크장 전경. /제주=김민정 기자

제주국제학교 설립은 JDC가 주도했다. JDC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중앙정부가 제주도를 지원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JDC는 제주도의 교육, 관광, 의료, 첨단과학 등의 분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2000년대 초 조기 해외 유학 붐이 일면서 2007년 유학수지가 마이너스 49억달러(약 6조4018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제문제로도 번진 것을 계기로 설립됐다. 유학수지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교육비용과 국외로 유출되는 내국인 유학생들의 교육비용간 수불(受拂)액의 차이를 뜻한다.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다.

국제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국내외 명문대학에 합격하면서 제주영어국제도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커지는 추세다. JDC에 따르면 제주국제학교 평균 입학 경쟁률은 최근 4.1대 1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2대 1, 2020년 2.01대 1 등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녀와 함께 해외 유학길에 오르며 홀로 남겨진 기러기 아빠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는데, 제주도에서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한 것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JDC는 영어교육도시 활성화로 인한 유학수지 절감 효과가 누적 1조1196억원이라고 밝혔다. 제주국제학교 충원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93.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대구 국제학교(48.5%)나 채드윅 송도 국제학교(67.7%)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학수지 외화절감액. /제주국제자유도시(JDC) 제공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브랭섬홀 아시아와 영국 런던에 본교를 둔 NLCS 제주, 미국 버몬트주에 본교를 둔 SJA 제주, 미국 커리큘럼을 따르는 한국국제학교인 KIS 제주 등 4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제주국제학교가 외국인 학교와 외국교육기관과 다른 점은 내국인 입학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 학교나 외국교육기관은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내국인을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반면 제주국제학교는 내국인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해외 거주 이력 등 내국인 입학 자격이 별도로 없다. 제주국제학교에 다녀도 한국 학력이 인정된다.

JDC는 목표로 하던 총 7개 국제학교 중 네 곳을 유치했고, 앞으로 세 곳을 추가로 유치할 예정이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국제학교는 과목 운영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서 “다만 국내 대학교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를 의무로 배워야 하는 정도의 선택적 규제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 곳 중 두 곳은 예술학교로 조성하려 한다”면서 “한국 교육의 규제를 풀고 학교에 자율권을 주면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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