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영어교회…제주 농촌마을, 영어교육도시로 바뀌자 생긴 변화

김동욱 2023. 7.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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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동으로 구분하는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남단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정부가 2006년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겠다며 제주영어전용타운 조성 계획을 밝힌 이래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자리한 대정읍 구억리에는 4개의 국제학교가 들어섰다.

2000년 2만 명 수준이던 대정읍 인구는 2010년 1만6,000여 명까지 쪼그라들었는데,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선 뒤 현재는 2만4,000여 명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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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도시 들어선 서귀포 대정읍 르포
인구 줄곧 줄던 마을, 10년 만에 40% 급증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일대에 조성된 영어교육도시 전경. JDC 제공

읍면동으로 구분하는 우리나라 행정구역상 최남단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이다. 이곳은 세기가 바뀐 2000년에도 여느 농어촌 마을과 풍경이 다르지 않았다. 그 흔한 브랜드 아파트, 마트, 영화관 등 기반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른바 시골이었다. 배움과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인구도 빠르게 줄었다. 국내 다른 지역 '시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쇠락하는 마을이었다.

그런 대정읍을 6일 찾았다. 농어촌 지역이란 예상을 뛰어넘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이곳에선 안 통하는 듯했다. 최근 10여 년 동안 국내 최고의 '영어교육도시'로 탈바꿈한 결과다. 지금은 강남 엄마를 비롯해 전국의 맹모(孟母)들이 짐 보따리를 싸서 내려오는 곳이 됐다.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정부가 2006년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겠다며 제주영어전용타운 조성 계획을 밝힌 이래 지금에 이르렀다. 2조 원을 투입해 379만㎡ 부지에 국제학교 7곳, 외국대학, 주거·상업시설을 들여 2만 명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짓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추진 당시만 해도 '과연 될까' 하는 우려가 컸지만 실제 2011년부터 차례로 국제학교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브랭섬홀아시아 국제학교 도서관 모습. 김동욱 기자

현재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자리한 대정읍 구억리에는 4개의 국제학교가 들어섰다. 브랭섬홀아시아(학생 수 1,136명)를 비롯해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1,463명),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1,126명), 한국국제학교(KIS·1,087명) 등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과정을 모두 갖췄고, 내국인은 입학이 제한되는 외국인 학교와 달리 특별법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세워진 기관이라 한국인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경쟁률 4대 1).

학비가 연 3,000만 원(고등학생 기준)이 넘는 고가라는 점에서 국가가 '귀족학교'를 지었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이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교육도시처 이승호 부장은 "국내 공립·사립학교는 세금이 지원되지만 이곳은 세금 지원이 아예 없다"며 "그럼에도 교육 양극화 우려를 잘 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4,800여 명(목표 9,000명)이 제주에 자리 잡으면서 이 일대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넘쳐난다. 이들을 따라 상가와 학원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심지어 학생들을 겨냥한 영어교회라는 간판을 내건 종교시설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국제학교 학생 1인이 생산하는 소득창출효과는 연 4,1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혹은 자주 왕래하는 학부모들이 제주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결과다.

인구 증가는 당연한 수순. 현재 영어교육도시 내 인구만 1만1,000명(외국인 1,279명)으로 추산된다. 2000년 2만 명 수준이던 대정읍 인구는 2010년 1만6,000여 명까지 쪼그라들었는데,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선 뒤 현재는 2만4,000여 명까지 늘었다. 2010년 대비 42%나 급증한 것이다.

이제는 확장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JDC는 2031년까지 국제학교 3곳과 외국대학을 추가로 유치할 방침이다. 국내에선 카이스트(KAIST)가 영어교육도시 내 연구센터를 짓는 방안을 저울질 중이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외국의 석학이 국내에서 지내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3가지가 호텔, 먹을거리, 애들 맡길 곳인데 제주는 이 모든 것을 충족한다"며 "국내 대기업에도 이런 점을 적극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프라·학생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도 나서겠다는 뜻이다.

서귀포=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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