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염원 ‘M&A 유연화’에도 우리금융저축은행만 ‘만지작’하는 까닭은

금융당국, 저축은행 업권간 인수·합병 규제 완화
비수도권은 영업구역 상관 없이 4개사 인수 가능
충청권 기반 둔 우리금융저축은행이 큰 손으로 대두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업황 악화에 타저축은행은 고사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영 촉진을 위해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유연화 방안 도입을 예고했지만 최근 경영 환경 악화로 자본 건전성이 떨어진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활발한 M&A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단 수도권 영업 확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우리금융저축은행 정도가 M&A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간의 M&A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인가지침 개선방안을 이달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실제 M&A에 뛰어들 저축은행은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고 기존 은행과 견줄 수 있는 대형 저축은행의 탄생을 유도하기 위해 저축은행 간의 M&A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제한 없이 4개까지 인수할 수 있고 합병도 영업구역 4개까지 가능해진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부실저축은행을 제외하고 합병이 불가능하고 동일 대주주는 2개 저축은행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저축은행 인가지침 개선방안은 이달 셋째 주 경에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이 가장 먼저 M&A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충청권이 영업 구역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은 규정상 영업구역 내 개인 및 중소기업에 대출을 40% 이상 공급해야 해 충청권에 영업력이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구나 지방 저축은행은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는 추세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올해 1·4분기 7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금융지주를 바탕으로 자본력을 갖춘 우리저축은행이 수도권 영업 확장에 나서기 위해 서울이나 인천·경기권의 저축은행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저축은행 중 사모펀드가 주주인 곳이나 외국계, 오너 소유의 저축은행이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도 지주 차원의 M&A 추진 순서에 따라 저축은행 M&A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 보험사 등에 비해 후순위이긴 하지만 저축은행 관련 M&A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금융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실제 M&A에 뛰어들 저축은행은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영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M&A를 통한 외연 확장보다는 보수적인 영업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1·4분기 5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업황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은 올해 2·4분기에도 경영 실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면 중심의 영업이 이뤄질 때는 금융당국에 M&A 규제를 풀어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가 이어졌으나 최근에는 영업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저축은행의 수요도 크게 줄었다”며 “더구나 조달금리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체율 증가 등 재무 건전성도 좋지 않아 업계에서는 실제 M&A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