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만 막을 수 있다면···동해에 ‘가두리형 해수욕장’ 등장

최승현 기자 2023. 7. 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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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속초시는 지난 4일 속초해수욕장에 상어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 그물망을 설치했다. 속초시 제공

“그물망이 설치된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처음이라 어색하긴 합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니 마음은 편해요.”

지난 8일 문을 연 강원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변 앞바다 수영 구간에 가로 600m, 세로 50m 크기의 그물이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그물망은 끝에 추를 매달아 해수면에서 바닥까지 팽팽하게 펼쳐지도록 설치돼 있어 가두리 양식장 시설을 연상케 했다. 그물코 크기도 가로세로 약 3㎝에 불과해 작은 물고기 이외엔 다른 해양 생물이 들어올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이병선 속초시장이 지난 5일 속초해수욕장 해변에 설치된 ‘상어 피해 예방 안전수칙’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 속초시 제공

가두리형 그물망은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을 상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해파리 유입을 막기 위해 소형 그물을 설치한 적은 있었지만 동해안 해수욕장에 상어 차단용 대형그물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녀 2명과 함께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김현성씨(43)는 “최근 동해안에도 상어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조금 불안했는데 그물망이 설치된 것을 보니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동해안에서 지난달 하순부터 백상아리와 악상어 등 각종 상어류가 잇따라 그물에 걸려 잡히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속초시는 이에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해 속초해수욕장 수영 구간 전체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상어 피해 예방 안전 수칙 및 행동요령’ 안내판을 설치했으며 행정상황실에 ‘상어 발견 시 해수욕장 근무자 행동요령’을 부착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수상안전 요원을 45명 투입해 감시활동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45분쯤 강원 삼척시 광진항 동방 약 1.2㎞ 해상에서 연안 구조정을 타고 순찰 중이던 해경이 청상아리로 추정되는 상어 1마리를 발견했다. 동해해양경찰서 제공

실제 지난달 23일 속초항과 장사항 인근 2.7~5.1㎞ 해상에서는 악상어와 백상아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지난 1일과 6일 양양군 수산항과 삼척 임원항 인근 해상에서도 길이 210㎝, 둘레 120~150㎝ 규모의 악상어 2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바 있다.

지난 7일에는 삼척시 광진항 동방 약 1.2㎞ 해상에서 연안 구조정을 타고 순찰 중이던 해경이 청상아리로 추정되는 상어 1마리를 발견해 촬영하기도 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백상아리나 악상어 사체가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긴 했으나 지금까지 동해 북부지역에서 피해를 당한 사례는 없다”며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를 빈틈없이 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400여종 상어 가운데 성질이 난폭해 사람까지 공격하는 포악 상어는 백상아리, 청상아리, 귀상어, 청새리상어 등 27종가량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7~10종 포악 상어가 출몰한다. 국내에서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상어는 주로 백상아리다. 온대와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는 백상아리는 영화 <조스>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식인상어다.

동해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6일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악상어의 몸통 둘레를 측정하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 제공

지난달 11일과 13일 제주 서귀포 해안가 갯바위와 전남 완도 해안가에서 무태상어와 백상아리 사체가 발견된 데 이어 최근 속초·양양·삼척 등 동해안 북부 해상에서 상어 5마리가 발견되자 해양경찰도 긴장하고 있다. 동해해양경찰서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상어가 잇따라 발견되자 인근 자치단체에 그물망 설치 등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도록 긴급 통보하고, 경비정 등을 동원해 연안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속초해양경찰서도 서핑과 다이버 등 레저사업자들에게 상어 출몰 사실을 전파하고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각 파출소에도 상어출몰 위험구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60여 년 동안 상어 공격으로 모두 6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1959년 7월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상어에 물려 숨졌다. 1996년 5월 전북 군산 연도 앞바다에서 잠수부가 상어의 공격을 받아 숨졌고, 2005년 충남 태안군 가의도 앞바다에서는 해산물을 채취하던 해녀가 상어에 물려 중상을 입기도 했다.

상어 피해 예방 및 대처 요령. 동해해양경찰처 제공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해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주로 서·남해안에 자주 출몰하던 상어가 동해안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동해안도 더이상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질이 난폭한 백상아리 등 포악 상어의 경우 먹잇감을 포착했을 때 시속 40~55㎞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상어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틀 녘과 해 질 무렵엔 될 수 있는 대로 물놀이를 하지 말고 몸에 상처가 있을 때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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