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세계한인과학자대회 제안, '월드 코리안' 힘모아야"
김영기 시카고대 석좌교수 겸 차기 미국물리학회장
해외과학기술인 초청 교류 행사 의미 남달라
대통령, 과기부 장관 등 만족 후문···내년 개최 약속
美 물리학회장으로 내년 취임···"한국과 접점 확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번 ‘한인과학기술인대회’ 의미가 남다릅니다. 1년에 한 번 영상회의로만 만나던 한인과학기술인들이 직접 만나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아이디어는 정부 주도가 아닌 서로 알아가며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는 ‘월드코리안’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가 열린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한인과학기술인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적 성과 출발점은 국제협력
국제 협력은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강력히 미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구개발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예산안이 전면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매년 연구개발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예산안을 재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우리 문화와 언어, 민족관을 공유하는 재외한인과학자들 간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협력 강화를 통해 세계적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라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미국에 있는 한인과학기술인 1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초청행사를 약속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 교수 등에게 행사를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김 교수는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 있는 한인과학기술인협회들과 전체적으로 소통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했다.
그 결과, 해외 과학기술인 300명과 국내 과학기술인 2700명 등 3000여 명의 과학기술인들이 모처럼 모여 성황을 이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한인과학기술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 직후 김 교수가 “내년에도 할거죠”라고 묻자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들도 만족하며 내년 행사 개최를 약속했다.
김 교수는 “반세기 전 재미과학기술자협회 설립 당시 회원들은 유학생 신분이었고 나라도 전쟁 폐허를 딛고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과거와 달리 과학기술자들이 성장했고, 한국도 발전하면서 교류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반세기는 국내외 한인과학기술인이 협력을 강화하며 시너지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 성과의 출발점은 국제협력이고, 한인과학기술인 네트워크가 출발점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한국에서 과학기술인을 연결해달라는 요청들이 늘어났다. 젊은 인재들이 미국, 유럽 등 특정 국가에만 머물지 않고 옮겨다니기 때문에 해외 거주 한인과학기술인들 간 협력 필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예산, 인력구조, 조직상 한인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조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과학기술인들 스스로 서로 알아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가 한인과학기술인들을 챙겨주는 자리를 만든다면 과학기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러한 장을 많이 만들어주고 하면 물리학적으로 입자가 충돌하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거나 꽃가루가 퍼져 꽃이 피는 것처럼 새로운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내년 미국물리학회장 취임…한국과 접점 확대
김 교수는 실험입자물리학자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의 질량 기원을 연구해 온 석학이다. 1899년 미국물리학회 설립 이래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회장으로 선출돼 내년 1월에 취임한다. 미국 물리학회는 정회원만 5만 명에 달하고, 미국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기능과 조직을 갖춰 영향력이 큰 단체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엔리코 페르미 등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거친 자리다.
역사적인 학회에 동양인이자 여성이 수장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부회장, 올해 차기회장을 지낸뒤 내년에 본격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연구하는 분야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제 경력관리도 중요하지만, 항상 상대방과 같이 잘되는 방향을 고민했다”며 “국제협력도 다른 사람이 똑같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협력이 안 되는 것처럼 자신이 조금 독특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을 찾고 도전적으로 연구를 시도했던 부분이 인정받았고, 주변에서 주요보직에 추천해주고 격려해 줘서 이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회장에 취임하게 되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한국물리학회와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바빠지겠지만, 후속 한인과학기술인대회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환경문제처럼 전 세계적인 문제도 있고, 물리학적으로 서로 도와가며 배우고 협력해야 할 부분이 있기에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학회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김영기 교수는…
△1962년 출생 △고려대 물리학과 학·석사 △미국 로체스터대 박사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원 △미국 UC버클리 교수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 부소장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현 시카고대 석좌교수 △현 미국물리학회 차기회장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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