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벌어도 상관없었다”…문닫는 소아과 의사 울린 문자 한 통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광주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환자 보호자의 악성 민원으로 폐업을 결정한 가운데, 이 소아과 의사를 위로하는 다른 보호자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주변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사진=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캡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6일 오후 페이스북에 “(광주 소아과) 김○○ 원장님께 다른 환자 보호자가 보낸 메시지라고 한다. (김 원장이) 한 시간 넘게 울먹이셨다고 한다. 마음이 안 좋다”는 글과 함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엄마’로 저장된 이 여성은 김 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건너건너 오늘 소식을 들었다”며 “박○○ 아이의 보호자에게 너무 화가 났고, 속상했다. 왜냐면 선생님이 얼마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아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어찌할 수 없는 마음으로 폐업을 결정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십 년을 해왔던 일을 엎어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않나”라며 “힘내시라. 내 아이와 상관 없이 선생님을 응원하고 신뢰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이 소아과 의원의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다.

병원 측은 “오는 8월 5일 폐과한다”며 “타 병원 치료에 낫지 않고 피부가 붓고 고름, 진물이 나와서 엄마 손에 끌려왔던 4세 아이, 2번째 방문에서는 보호자가 많이 좋아졌다 할 정도로 나았다. 하지만 보호자는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을 운운하며 허위,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향후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더욱 성의정심, 제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며 “더 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박OO 보호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악성 민원을 넣은 박OO의 보호자는 아이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병원 측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2000원 환불을 요구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에 따르면 김 원장은 “난 돈 많이 못 버는 것도 상관없고 기쁘게 해왔다”며 “내 에너지를 진료에 집중하고 싶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입증하는데 쓰고 싶진 않다”며 흐느꼈다. 임 회장은 이번 사례와 관련해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문제”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로원 (bliss24@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