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적 반발에도 우크라에 집속탄 `강철비` 지원하는 이유는?

강현철 2023. 7. 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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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까지 죽일라'…일부 동맹들, 미 우크라 집속탄 지원 반대
무차별 살상력…안터지고 땅에 남아 민간인 해칠라 우려
바이든 행정부, 러시아 이미 우크라전에 집속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데다
우크라군의 대반격 작전 성공엔 집속탄 지원이 필수라고 판단
1발에 수십개 이상의 자탄(새끼폭탄)이 들어있는 집속탄/위키피디아
연합뉴스
집속탄 사진. 로이터 연합
2002년 미군 B-1B가 집속탄을 투하하는 모습[미 공군] 연합뉴스
2009년 미군이 집속탄을 투하하는 모습. [미 공군]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 '강철비'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세계적으로 논란이 뜨겁다. 일부 서방 동맹국들마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은 일제히 미국의 방침에 공개 반대하고 나섰다. 무차별 살상 무기로 위력이 엄청난데다, 불발탄의 경우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적으로 이미 상당수 국가가 사용을 중단했다는 점에서다. 미국이 이런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리 없다. 그런데도 왜 미국은 '강철비' 지원을 결정한 것일까?

◇영국·캐나다·스페인 등 반대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국은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3개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2010년 집속탄의 사용과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체결된 유엔 협약인 CCM을 언급함으로써 집속탄 제공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은 취재진에게 "스페인은 특정 무기와 폭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점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스페인도 CCM 가입국이다. 로블레스 장관은 "집속탄에는 반대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방어에는 찬성한다"며 "우크라이나 방어에 집속탄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 역시 성명을 통해 "우리는 CCM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으며, 이 협약의 보편적 채택을 장려하고자 하는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속탄이 민간인, 특히 어린이에 미치는 영향을 끊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불발탄이 수년간 땅속에 묻혔다가 돌연 폭발, 민간인 희생자를 낳는 일이 빈번한 대한 지적이다.

반면 독일의 경우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방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방인 미국이 이런 포탄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날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달러(약 1조412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집속탄 제공과 관련해 "내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도 집속탄을 향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나는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영구적이 아니라 이 과도기 동안 우리가 충분한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집속탄이 도시 지역에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적의 방어선을 뚫는 데에만 쓰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철비'의 무시무시한 위력

집속탄(cluster munition, cluster bomb)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개의 자탄(子彈), 즉 '새끼 폭탄'을 갖고 있는 무기다. 시한장치를 통해 모(母)폭탄을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그 속에 들어있던 자폭탄이 쏟아져 나와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강철비', 모자폭탄이라고도 불린다. 단 한 발로 최대 축구장 30개 면적을 초토화하거나, 수십대의 전차·장갑차 등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2차대전 때 처음 사용된 집속탄은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상당수 국가가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2010년 집속탄의 사용ㆍ개발ㆍ제조ㆍ보관을 전면 금지하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이 발효돼 총 1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다만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 중국, 한국, 인도 등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AP는 "미국의 조치는 오랫동안 집속탄 사용을 반대해 온 일부 동맹국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분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지원 결정한 두가지 이유

이런 논란속에 미국이 집속탄 지원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대략 두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집속탄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지난해 6월 러시아군이 국제조약상 금지 무기인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침공 초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의 민간인 피해 상황을 기록한 보고서를 통해서다.

둘째,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강력한 방어선을 뚫기 위해선 집속탄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에 대해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MK-20 '로크아이 II' 집속탄과, 155㎜ 곡사포에서 발사할 수 있는 집속포탄 제공을 요청해왔다. 전차·장갑차 등 기갑무기에서 열세를 만회하고, 대반격 작전에서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는 데 집속탄이 효과적이다.

러시아는 자포리자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등 대반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뢰밭과 대전차 도랑, 참호, '용의 이빨'(Dragon's Teeth)로 불리는 대전차 방위시설인 삼각형 콘크리트 장애물 등으로 900여㎞에 달하는 방어선을 쌓았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의 이런 방어선을 뚫을 만한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공군력의 열세로 공습도 불가능하고 기갑부대도 여의치 않다.

미국이 이번에 제공키로 한 것은 M864 155㎜ 집속포탄이다. 1987년 처음 생산된 M864는 현재 미국내 재고가 5억 발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목적개량재래식탄(DPICM)을 갖춰 두꺼운 장갑 관통능력은 없지만 장갑이 얇은 전차나 장갑차 윗부분을 관통해 무력화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29km로, 24~48개의 대인·대장갑 자탄(M46 또는 M42)을 탑재하고 있다. 불발률은 20여년전 6%에서 현재 2.35% 까지 떨어졌다.

만약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난관에 부딪히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MK-20 로크아이 II 집속탄 제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MK-20 로크아이 II는 항공기 투하 집속탄이다. 1986년 이후 도입돼 1991년 걸프전 때부터 사용됐다.

어찌됐든 미국의 이번 집속탄 지원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또다른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기준 아래 우크라이나 영토내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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