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세계 최대 대관람차…위기 맞은 UAE ‘사막의 꿈’
안전 문제 제기에 UAE 당국은 입 닫아
과대광고 등 식어버린 두바이 부동산 광풍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막의 꿈’이 위기를 맞고 있다.
UAE가 자랑하던 세계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인 ‘아인 두바이’가 멈춰선 지 1년이 됐다. 하지만 UAE와 두바이 당국은 왜 대관람차가 고장 났는지, 언제 운행을 재개하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아인 두바이 주변에 세워졌던 호텔과 리조트엔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아인 두바이가 과거 UAE 파산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며 두바이의 식어버린 부동산 광풍을 집중 조명했다.
두바이 블루워터스 섬에 2021년 10월 세워진 아인 두바이는 공개 전부터 큰 규모로 주목받았다. 약 250m 높이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관람차인 영국 런던아이(135m)보다 115m 이상 크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투입된 강철보다 25% 많은 약 9000t의 철근이 사용됐다.
최대 175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고, 한 번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38분에 이른다. 무엇보다 부르즈 할리파 등 두바이 전역 명소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두바이 당국은 아인 두바이 운행을 잠정 중단했고, 지난 4월엔 결국 무기한 폐쇄를 결정했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안전 문제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두바이 주민은 “처음 운행을 시작하고 5개월 만에 큰 소음이 났다”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도 “회전할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고 토로했다. 강한 바람에 대관람차 유리창이 깨졌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문제는 UAE와 두바이 당국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WP는 “UAE는 언제나 대형 프로젝트를 설명 없이 중단하거나, 문제가 된 사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길 꺼린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등 아인 두바이 제작에 참여했던 기업들도 고장 원인과 수리 방법에 대한 설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독일 기술검사협회는 최근 아인 두바이 안전 인증을 철회했다.
UAE는 아인 두바이를 앞세워 공격적인 부동산 마케팅을 펼쳐왔다. 아인 두바이를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와 식당, 쇼핑몰, 그리고 이슬람권 최초 카지노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호텔까지 건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부호들의 자본이 UAE에 대규모로 유입됐다. WP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평균보다 1000만달러(130억원) 이상의 주택이 판매됐다.
WP는 흉물이 된 아인 두바이가 UAE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두바이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을 자랑하는 인공섬(블루워터스)이 버림받은 느낌”이라며 “과대광고와 불투명한 대출 레버리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얼버무리는 공무원들의 관리 감독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섬의 대부분 건물은 채워지지 않았고, 쇼핑몰에선 지루한 점원들의 수다만 있을 뿐”이라고 묘사했다.
영국 카디프대 공학프로그램 대학원 책임자인 알레드 데이비스는 아인 두바이를 겨냥해 “세계에서 가장 큰 무언가를 구축할 땐 사소한 문제로 치부했던 일들이 갑자기 주요 문제로 튀어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두바이 당국이 모든 정보를 차단해 어떻게 이를 대처해야 하는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UAE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 해안 지역 개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고, 두바이 곳곳엔 짓다 만 건물이 철근을 노출한 채 방치돼 있다. 대표적으로 초고층 4개 건물을 서로 연결하는 40억달러(5조2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두바이 펄(Dubai Pearl)’도 2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일부를 철거하고 있다.
두바이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로 부동산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번창한 두바이는 아부다비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만 했다.
WP는 “2008년 이후 두바이는 프로젝트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며 “개발업자와 두바이 당국 사이에 관계가 워낙 빈약해 한쪽이 부담이면 다른 한쪽도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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