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790% 급등 ‘에코프로’, 황제주 코앞···지금 사도 될까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가 ‘코스닥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대형주)’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들어서만 주가가 800% 가까이 급등했다. 에코프로는 대표적으로 ‘개미들의 입김’이 센 종목이어서 증권가에서도 쉽사리 매수·매도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과열 우려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전날 종가보다 4.14%(3만9000원) 오른 9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11만원에 거래되던 에코프로는 약 7개월만에 주가가 9배 수준으로 덩치를 키웠다. 에코프로가 이번주 장중 100만원을 돌파할 경우 지난 2007년 9월 동일철강(110만2800원) 이후 약 16년 만에 황제주에 오르게 된다.
에코프로는 올해 초부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2차전지 수혜주로 꼽히면서 4월 70만원대까지 올랐다. 올 상반기 2차전지 관련주들은 국내 증시 주도주로 자리잡아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최근 들어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한 것은 외국인 매수세가 가세한 덕분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간 에코프로를 376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에코프로 주가 랠리에 외국인들까지 가세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최근 테슬라가 호실적을 발표한 것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46만6000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83% 뛴 수준으로 시장 예상치인 44만5000대를 웃돈 수치다.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차량 인도 규모가 증가하자 전기차 동력원인 2차전지의 핵심소재(양극재) 기업 에코프로에도 호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가 다음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지수 구성종목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최근 상승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남아란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는 지난 5월 극단적 가격 상승 종목에 대한 편입 유보 조건에 따라 편입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편입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6월 MSCI 다음으로 추종 펀드규모가 큰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에 편입됐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크게 뛴 지난 3일 외국인이 3245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는 점을 두고 쇼트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쇼트스퀴즈란 주가하락을 기대했던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상승 압박에 백기를 들고 발빠르게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2520억원에 달한다.
뜨거운 주가흐름과 달리 증권가에서는 지난 5월 이후로 에코프로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지난 5월19일 하나증권이 목표주가를 종전 45만4000원에서 45만원으로 낮춰 제시했던 게 증권가의 마지막 분석이다. 당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성장성은 확고하지만, 향후 주가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이 낮아지는 정도”라며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낮아지는 구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에코프로와 관련한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는 원인을 ‘개미 눈치보기’에서 찾는 의견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는 사라고 하면 과열을 부추긴다고 하고 팔라고 하는 건 더더욱 위험하다”면서 “보고서가 뜸하다면 아마 그런 이유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에코프로에 대해 처음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냈던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민원 제기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서면 질의)를 받기도 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국내 2차전지주가 이미 과열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고 양극재는 향후 10년간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등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다. 지난 3월에는 글로벌 IB 모건스탠리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분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매도 의견을 내기도 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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