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힘든 ‘카텔란’展, 예매없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번 주 미술가 ‘스윗스팟’]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7. 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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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스팟(sweet spot)이란 배트로 공을 치기에 가장 효율적인 곳, 최적의 상황을 뜻합니다. 화랑과 미술관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 시기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전시를 효율적인 동선 위주로 안내합니다. 전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맛집이나 카페 공간 정보도 곁들입니다.

이번 탐구 지역은 한남동 미술가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그 주변입니다. 올해 상반기 단연코 화제였던 전시로는 미술계 악동으로 유명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을 꼽을 수가 있는데요. 현대미술이 낯선 중장년층까지 카텔란의 농담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기획전에 무료로 볼 수 있는 전시다 보니 인터넷 사전 예약 경쟁이 치열했죠. 2주 단위로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풀리는 티켓도 무서운 속도로 매진되니 기회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폐막하는 7월 16일까지 매진 상태인데요. 아주 가끔 평일에 당일 오전 시간 취소표 행운을 줍는 분들이 있긴 한데요. 확실하고 안전하고 관람할 방법이 있긴 합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여 만든 작품 ‘코미디언’ 리움
리움미술관 바닥을 뚫고 올라온 카텔란의 재치 있는 표정이 돋보이는 작품 ‘무제(2001)’. 리움

한남동 미술가 ‘핵’ 리움미술관
연회비 내고 회원되면 VIP 대접
사전 예약 없이 언제든 전시 보고
뮤지엄숍·인근 맛집 할인혜택도
바로 리움미술관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이지요. 1년 회원권이 10만원부터 시작됩니다. 예약없이 언제나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볼 수 있으니 애호가라면 투자할 만합니다. 요즘 왠만한 전시 입장료가 2만원을 웃돌고 이곳 주요 기획전이 상·하반기 6번 이상 열리니 1년에 5번만 관람해도 이득이죠. ‘도장깨기’식 방문이 아니라 동일한 전시도 여러 번 보면서 다양하게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며 감상 문화도 선진화하고 있지요. 카텔란전은 개막전 멤버들만을 위해 사전 공개되면서 여유롭게 관람하니 호평을 받았죠. 예술을 사랑하는 뉴요커들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의 연간회원권을 사서 전 세계에서 관람객들이 몰리기 전에 전시 보기를 즐긴답니다.

가족 단위 멤버십도 있습니다. 혜택을 보는 인원수가 본인 포함 4인은 30만원, 6인은 50만원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중에 이 멤버십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인기겠죠? 제 지인의 어머니는 멀리서 서울을 찾은 가족과 함께 전시를 보기 위해 4인 연회원에 가입했답니다. 좋은 미술관 두곳의 인기 전시를 언제든 예약없이 여러 번 볼 수 있어 지금은 대만족이랍니다.

연회비가 부담은 되지만 함께 따라오는 혜택을 보면 구미가 당깁니다. 기본 전시 외에도 ‘다르게 보기’, ‘보존실 투어’, ‘리움 음악회’ 등 회원 전용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거든요. 특히 지난 6월 24일엔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 연주회가 열려 멤버십 회원들이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죠. 1만원 티켓이고, 회원은 동반 3인까지 예매가 됐답니다. 물론 예매경쟁은 치열합니다.

리움미술관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음악회에 등장한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이츠하크 펄먼의 제자로도 유명한 그는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ex-Strauss’를 사용하고 있다. ⓒJeremy Mitchell
최근 미술관 굿즈가 선물이나 소장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리움미술관 숍에 개성있고 독특한 제품이 많기로 유명하죠. 회원은 20% 할인받습니다. 미술관 로비에 있는 ‘챔프커피’ 음료도 20% 싸게 즐깁니다.

리움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몇몇 식당에서도 제휴 혜택을 누립니다. 상큼한 부라타치즈 샐러드, 염소치즈와 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 ‘치즈플로’는 물론 파스타가 맛있는 김지운 셰프의 이탈리안 식당 ‘마렘마’, 정원 카페 ‘한남작업실’은 10% 할인이 가능하죠. 삼겹살 들어간 마라샹궈로 유명한 수요미식회 중식당 ‘마라’도 점심에 5% 할인되요.

리움과 가까운 곳에 터줏대감 같은 ‘부자피자’와 퓨전 한식당‘난포 한남’도 젊은층 대기줄이 길기로 유명한 맛집이라 한가한 시간을 노리길 권합니다. 유명한 천연발효종 빵집 ‘오월의종’도 근처입니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한점 하늘 김환기’전에서 미술관 관계자가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132억 원)을 세운 김환기의 ‘우주’(왼쪽) 등 전면점화를 보고 있다. <환기재단·환기미술관>
카텔란 전시가 끝나면 한국 미술계를 대표할 중견 설치작가 김범·강서경을 조명하는 개인전이 열려서 9월 프리즈-키아프 기간 전 세계 미술계 인사들에게 알릴 예정입니다.

참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9월 10일까지 열리는 ‘한점 하늘 김환기’ 회고전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몰려 인기입니다. 작품 120여점과 작가의 수첩, 편지, 화구, 스크랩북 등 개인 자료 100여점을 모아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상화가의 다채로운 작품 변화는 물론 인간적인 면모도 발견하는 감동이 있습니다. 주말엔 하루 2500명씩 몰린다지만, 유료 전시(1만4000원)에 접근성 제약에 인터넷 예약이 아직은 수월한 편입니다.

호암미술관 인근 호숫가에 설치된 루이스 부르조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 이한나 기자
미술관 인근 전통정원 희원에서 정자와 어우러진 장미셸 오토니엘의 조각 ‘황금연꽃’(2019)을 보고 호숫가에서 루이스 부르주아의 지름 10m의 거미 조각 ‘마망’(1999)도 함께 봐야 합니다. 최근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그보다 훨씬 작은 거미도 300억원에 팔리며 가치를 산정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마침 9월 7일까지 매주 화, 목요일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을 왕복하는 버스가 2번 운행되니 뚜벅이 방문객들은 활용하실 만 합니다. 무료 버스이고 현장서 선착순 마감입니다.

Huong Dodinh, ‘K.A. 269’(2022), Organic binders and natural pigments on canvas, mounted on wood, 84 cm × 135 cm × 4 cm PACE gallery
Two Moons(After Bierstadt) (2023) wood, acrylic paint, urethane plastic, fiberglass, UV pigment, lead, stainless steel frame 151.1cmX250.8cmX5.1cm PACE gallery
뉴욕서 출발한 페이스갤러리
신규 전속작가 2인, 국내 첫 개인전
단색화 닮은 베트남계 프랑스 여성 작가
우주적 공간 담는 미국 뉴욕 작가 선봬
체력이 남으면 리움미술관 인근에 둘러볼 갤러리도 많습니다. 걸어서 5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랑인 페이스갤러리가 있지요. 이 갤러리가 전속 작가 2명의 개인전이 나란히 열리고 있습니다. 2~3층에서는 베트남 출신 프랑스 추상화가 흐엉 도딘(78)이 은은한 색감에 평화로운 단색조 회화를 펼쳤습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해 광주 무각사에서도 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직접 개발한 천연 안료로 혼자 명상하고 수행하듯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추상회화가 어렵다 싶으면 2층 안쪽에서 짧은 영상을 먼저 보고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곳 1층에서는 반대로 강렬한 색감의 우주적 풍경이 사뭇 남성적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매튜 데이 잭슨(49)은 19세기 중·후반 미국 풍경을 그린 유럽풍 회화를 참조해서 실제와 상상이 뒤섞인 풍경을 환상적이면서도 괴이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습니다. 회화보다 부조에 가까운듯 한데 디지털 이미지와 레이저 절단 기술 등을 다채롭게 사용한답니다. 그의 좀더 큰 작품이 궁금하다면 30일까지 열리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전도 들를 만합니다.

전시를 보고 1층 오설록에 내려가 중정을 바라보며 특별한 차 칵테일과 디저트를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입니다. 내부에 페이스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판화 등 에디션 작품과 도록도 전시되어 있으니 살펴보고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도예 전시도 함께하고 있네요.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이미지 구찌 오스테리아 홈페이지
구찌가옥 꼭대기 층 식당
구찌 오스테리아 예약 숨통
여성 취향 공략 분위기 맛집
페이스갤러리를 나와 서쪽 이태원역 방향으로 걸어가면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스토어인 구찌가옥 1층에 갤러리 파운드리 한남이 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전시가 열리지 않네요. 참신한 해외 작가와 한국작가 전시를 항상 함께 소개하는 곳이지요. 이 건물 6층에 ‘오스테리아 구찌’는 요즘 예약이 수월해졌습니다. 사악한 가격의 세트 메뉴는 양이 적은 편이어서 구찌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여성 고객들 위주로 테이블이 차지요.
리만머핀 서울 1층에서 열리는 하이디 부허 개인전 전경 리만머핀
리만머핀 여성주의 설치 작가
하이디 부허 말년작 위주 개인전
아트선재 전시 여운 누릴 기회
이태원역 방향으로 좀 더 서진하면 역시 뉴욕에서 출발한 갤러리 리만머핀이 나옵니다. 하얀 유선형 건물이 주변과 구분되지요. 우리나라 서도호 작가 전속 갤러리로도 유명한 곳이죠. 이곳에서는 얼마 전 아트선재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던, 여성주의 작가 하이디 부허의 말년작 위주로 모은 개인전 ‘란사로테’가 열리고 있습니다. 생애 마지막 10년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섬 란사로테에 살면서 본인의 시골집(팔라시오 이코)에서 다양한 문을 작가 특유의 라텍스 캐스팅으로 완성했습니다.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의식처럼 시작했던 작업이 후기엔 좀더 원숙해지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녹청이 생긴 문 표면에 일부 목재 결이 살아나고 신비로운 청록 빛깔을 띠는 것처럼 세월과 함께 숙성된 매력에 주목하게 됩니다. 본인의 스킨 작업을 두르고 해변에서 바람을 맞는 작가의 영상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회고전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은 전시가 1층만 열리니, 짧게 들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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