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2인자 꿰차고, 3대 외청장 배출… 더 커진 '모피아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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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잇따라 단행한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부각된 '용산 참모의 전진 배치'에 비해 덜 주목받은 키워드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차 중용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이 타 부처 차관을 맡은 건 1기 차관 1명(조용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서 2명으로 늘었다.
기재부 출신이 국정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대통령실과 '말이 잘 통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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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이해도 높아, 불가피 기류 있어
"경제 말고 다른 시각, 묵살될 수도"
대통령실이 잇따라 단행한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부각된 '용산 참모의 전진 배치'에 비해 덜 주목받은 키워드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차 중용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다. 이번 정부 들어 경제 논리로 무장한 기재부 출신이 요직을 독식하면서, 유연해야 할 국정 운영이 경직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9일 2기 장·차관 인사에 이어 6일 차관급인 기재부 외청장을 교체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한훈 통계청장, 박성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한 차관은 정통 기재부 관료로 정책, 예산 업무를 섭렵했다. 박 차관은 기재부 이력이 풍부하진 않으나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맡는 등 경제 분야에서 경력을 계속 쌓았다.
역대 정부는 정무직인 장관과 달리 차관은 내부 출신을 주로 기용했다. 실무를 책임지고 인사 등 안살림을 도맡아야 하는 직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농식품부, 해수부 차관에 교수 등 외부 인사가 깜짝 발탁된 적은 있어도 타 부처인 '기재부 사람'이 앉은 건 이례적이다. 옛 재무부 관료였던 임창열 1대 해수부 차관(19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기재부 출신 차관이 보인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재부 출신이 타 부처 차관을 맡은 건 1기 차관 1명(조용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서 2명으로 늘었다. 기재부 출신 장관으론 이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일하고 있다.
외청장 인사도 기재부 파워를 실감하게 한다. 기재부의 고광효 세제실장, 이형일 차관보, 김윤상 재정관리관이 각각 관세청장, 통계청장, 조달청장에 올랐다.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4대 외청 중 국세청을 제외한 3곳의 수장을 모두 가져간 데 이어 이번에도 싹쓸이했다. 경제 관료가 주요 공직을 독차지하는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천하'가 확장한 셈이다.
검사, 정치인, 학자 등을 외청장으로 선호했던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 모습이다. 기재부 출신이 외청장을 맡는 건 공직 독식뿐 아니라 보상의 성격도 지닌다. 1급 간부가 진로를 보장받으면서 국장급 인사 적체도 풀리기 때문이다.
관가에선 윤 대통령이 주요 공직에 기재부 출신을 쓰는 게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있다. 기재부 출신이 국정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대통령실과 '말이 잘 통한다'는 이유에서다. 각 부처 입장에서도 정부 예산을 더 타내려면 기재부 출신 장·차관이 오히려 낫다는 현실적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기재부 출신이 공직을 장악할수록 경제 논리로 국정을 운영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업무 지시를 견제·보완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경직적 관가 분위기가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해수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관계자는 "기재부 출신이 부처에 많이 포진하면 경제 논리 말고 다르게 접근하려는 시각이나 의견이 묵살당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한 기재부 외청 관계자는 "내부 출신이 최고위직인 청장까지 승진하는 구조가 정착해야 직원 사기가 올라가고 업무 동기부여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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