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마친 옐런 “디커플링은 재앙”…대화 합의했지만 돌파구 마련 못해

김유진 기자 2023. 7. 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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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당국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대화 채널 복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핵심 갈등 현안인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와 중국의 광물 수출 제한 조치 등에선 예상대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옐런 장관은 9일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디커플링은 (미중)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뿐 아니라 실행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부터 나흘간의 중국 방문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핵심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추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은 반도체 규제 등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됐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의미에 대해 “중국 새 경제팀과의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 측과의 논의에 대해서도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이 8일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7시간 가량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방중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친강 외교부장과 7시간 30분 가량 회담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에게 “우리는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문제와 기후 문제 같은 중요한 지구적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며 기후 대응, 부채 탕감 등에서 중국과의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 외에도 리창 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러나 장시간에 걸친 밀도있는 대화에도 주요 쟁점에서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옐런 장관의 방중이 중국 당 대회 이후 교체된 새 경제팀과의 상견례를 넘어서서 미·중 간 대치를 해소할 계기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옐런 장관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 등과 관련 “미국은 우리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표적 조치들(targeted actions)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지난 4월 존스홉킨스대 연설에서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또한 “최근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강압적 조치가 늘어난 데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 비시장적 관행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허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일반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무역 왕래에 이롭지 않다”고 맞섰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NYT는 “옐런 장관은 양국 간 지속적 균열을 개선하기 위한 어떤 돌파구나 합의를 발표하지 않은 채 워싱턴으로 돌아갔다”며 “옐런의 (중국) 방문은 긍정적 발걸음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미국의 많은 전문가는 많은 변화를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소벨은 “옐런의 방문은 경제관계에서 온도를 잠시 낮출 것이고 미중 양국이 일부 상업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을 상기시킬 것”이라면서도 “경제관계의 근본적 역동성과 궤적을 거의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옐런이 중국 지도자들과의 경제 회담에서 이득을 약간 얻었다”며 옐런 장관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했지만, 추가적인 분쟁이 곧 닥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달 내 미국 안보를 해칠 수 있는 중국 첨단 기술에 대한 새로운 투자 규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런 장관의 방중에 대한 중국 관영 매체들의 보도는 일반적으로 조용했다고 지적했다.

미·중이 핵심 쟁점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양국 간 첨예한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한 마찰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광물 수출 제한 확대를 시사한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이달 내로 중국 첨단산업 부문 해외투자 제한, 저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출통제 등을 추가로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블링컨 장관과 옐런 장관에 이어 존 케리 기후특사가 다음주 방중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표면적으로 미·중 간 고위급 대화는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중대한 이견이 있다”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중 관계를 강대국 분쟁의 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 관리가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의사소통을 지속해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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