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문회하듯… IAEA총장 몰아붙인 민주
국제기준 부합설명에도 맹비난
그로시, 한숨쉬며 고개 절레절레
시위대, 창문두드리다 제지당해
더불어민주당이 9일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나 IAEA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종합보고서를 맹비난했다. 그로시 총장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지속적인 안전성 검증을 위해 수십년간 일본에 상주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위였다. 민주당은 '일본 맞춤형 조사' 라는 준비된 주장을 앞세워 30분 가까이 그로시 총장을 몰아붙였다.
국제기구 수장과의 간담회라기보다는 마치 일방적인 정치공세를 펴는 국회 청문회를 연상케했다. 그로시 총장은 한숨을 연발했고, 때론 고개를 절레절래 흔들었다. 민주당이 오염수 괴담 정국의 출구를 찾는 대신 억지논리로 전세계 과학자, 국제기구와 맞서겠다고 선언한 자리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초청으로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나 "한국을 비롯해 우려를 제기하는 곳이 많아 그 우려를 듣고 답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주당 초대에도 응해 면담하기로 했다"면서 "우리가 도출한 결론은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가 일본의 오염처리수를 조사하는 과정에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고, 11개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한국 과학자들도 포함했다고 설명하며 "기술적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굉장히 충실하게 업무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잘 작동하지만 고장이 잦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듯 일본 정부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제안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그는 "지난주에 IAEA가 후쿠시마 지역 상주사무소를 개설했다"면서 "국제적 전문가들이 직접 상주하면서 검토를 진행하고 전체적인 모니터링 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통역을 포함해 16분가량이었다.
이에 민주당 대책위 고문인 우원식 의원은 "IAEA 입장은 일관되게 '오염수 해양방류 지지'였다"며 "주변국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일본 맞춤형' 조사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IAEA의 오염수 해양방류 정당화는 주변에 있는 IAEA 회원국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라며 "이제 일본은 IAEA 보고서를 오염수 해양방류의 통행증처럼 여기고 수문을 열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오염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물 부족 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국내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농업 용수로 쓰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오염수에서 수영할 생각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도 IAEA 종합보고서에 유감을 표하면서 "일본이 오염수 해양 투기를 연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IAEA가 이러한 요구에 함께해 달라"고 촉구했다.
우 의원은 2018년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위원회가 제안한 5가지 방안 중에는 바다 방류 외에도 지층·지하매설·수소 방출·수증기 방출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인용하면서 "해양 방류 방안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만 다른 방안들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그로시 총장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시위대는 이날 그로시 사무총장이 도착하고 간담회가 시작되자 "그로시, 고 홈(Go home)" 등 구호를 회의실 안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회의실 창문을 두드리다가 국회 측 직원에 제지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10일부터 12일까지 일본을 항의 방문한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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