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맞서 '아조우스탈 결사항전' 지휘관들 생환…500일의 기적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장세훈 기자 2023. 7. 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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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토화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80여일 버티다 잡혀
작년 포로교환 후 튀르키예 머물다 ‘고향 앞으로’
튀르키예 ‘뒤통수’…러 “귀국불가 합의 위반” 거센 반발

우크라전이 500일을 맞았다. 개전 초기 러시아군의 압도적 공격이 이어졌지만 우크라이는 결사항전으로 버텼다. 500일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기적같은 소식이 우크라이나에 전해졌다.

지난해 러시아의 압도적 군세에 포위된 채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80여일간 결사적 투쟁을 벌이다 사로잡혔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이 살아서 다시 조국 땅을 밟았다는 소식이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전직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 5명과 함께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이스탄불에서 귀국하는 항공기 내부에서 러시아에 맞서 결사항전하다 러시아 포로로 붙잡혔다 석방된 전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 5명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휘관 5명과 함께 “우리는 튀르키예에서 돌아오고 있으며, 우리 영웅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5명이 병사들과 결사항전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러시아의 3개월 가까이 이어진 포위전 끝에 작년 5월 러시아에 함락됐다.

러시아군은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포격을 퍼부어 도시 전역을 폐허화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거점이었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약 1000명의 병사가 러시아 포로로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굶주림과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악착같이 버텼다. 이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군을 밀어내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러시아는 작년 9월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중재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사로잡은 우크라이나군 일부를 포로교환으로 석방했다. 하지만, 지휘관들은 종전시까지 귀국하지 않고 튀르키예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었다.

그런데도 개전후 500일이 되는 9일을 하루 앞두고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존재인 이들 지휘관이 귀국한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측은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무도 우리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합의에 따르면 이 우두머리들은 분쟁이 종식될 때까지 튀르키예에 남았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내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회원국들이 튀르키예를 강하게 압박한 결과 이들의 신병이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들의 귀국이 허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대통령실 공보국도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또한 남은 포로들도 전원 귀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전쟁 이전까지)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우리가 어떤 이들인지, 당신이 어떤 이들인지, 우리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우리의 영웅들이 어떤 이들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마리우폴의 영웅들이 귀환했다며 이들의 귀국을 크게 환영했다.

이날 귀국한 전 지휘관 중 한 명인 데니스 프로코펜코는 지난달 개시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주도권을 잡고 진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500일째를 맞은 8일(현지시간) 자국이 대러시아 저항의 상징으로 평가하는 흑해 뱀섬(즈미니섬)을 방문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본토 남쪽 끝에서 약 48㎞ 떨어진 흑해 서북부 뱀섬을 찾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섬에 마련된 기념관에 헌화하고 “여기 승리의 장소에서 우리 병사들에게 500일간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섬은 러시아군이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점령했지만 같은 해 6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곳이다.

러시아군이 이 섬을 점령할 당시 함대 교신을 통해 항복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뱀섬 수비대원들이 “러시아 군함은 꺼져라”고 답하며 섬을 지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는 이를 저항의 상징적 사례로 여겼다.

우크라이나는 수비대원이 섬을 지키는 모습을 담은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500일을 앞둔 이날 러시아가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의 유일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얼마가 걸리든’ 지원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나의 탄두에 수백개의 자탄이 들어있는 집속탄은 사방으로 흩뿌려진 불발탄이 민간인 피해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금지된 무기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 본토에 대해서는 이 무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일대에서도 일부 영역을 탈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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