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쏟아지는 여름, '집값' 우려에 침수 대책은 뒷전?

CBS 오뜨밀 2023. 7. 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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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없애겠다' 서울시, 성적은 '낙제점'
이주하면 월20만원 지원? 비현실적 금액
'집값 하락' 우려에 물막이판 설치율 36%
주요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
재난은 평등하다? 재난 후 회복은 불평등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조석영 PD가 준비했는데 어떤 주제죠?  

◆ 조석영>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데 폭우 하면 떠오르는 작년의 기억이 있습니다. 기상청에서 작년 폭우에 대해 보고서를 냈는데 워낙 피해가 심해서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17명 사망, 2명 실종, 3천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과연 올해는 잘 대비가 되어 있나 한번 짚어보려고 합니다. 같은 강수량이어도 비가 조금씩 고르게 올 때와 쏟아질 때가 다르잖아요. 집중호우로 폭우가 쏟아지면 사고와 재난 위험이 높아집니다. 작년에 안타까운 일이 많았죠. 강남역 사거리가 침수되고,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가족 세 사람이 참변을 당했구요. 포항에서는 아파트 지하장이 침수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 조석영> 같은 수해라고 해도 비수도권이랑 수도권의 양상이 좀 다른데요. 수도권에 초점을 맞춰보면, 반지하 주택이 수도권에 밀집돼있어요.

◇ 채선아> 그래서 그때 서울시가 반지하 대책 내놓겠다고 발표를 했잖아요.  

◆ 조석영> 맞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지하, 반지하 주택은 안전, 주거, 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 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당장 반지하 사는 시민들이 있는데 사라져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 번째, 지하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나가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했구요. 두 번째, 세입자가 나가고 공실이 된 지하나 반지하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매입해서 주민 공동 창고나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 신혜림> 그런 대책들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요즘 많이 보여요.  

◆ 조석영> 일단 과연 매입은 얼마나 됐느냐 보면, 서울 시내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가구가 2만 7천 가구 규모라고 합니다. 이 중에 매입이 완료된 물량은 6월 5일 기준으로 98가구(0.3%, 매입 목표치 3450가구 중엔 2.8%). 또 반지하 주택 가운데 재해약자 거주 주택이라는 걸 따로 분류하는데, 예를 들면 중증 장애인이 거주하는 경우엔 대피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런 반지하 주택 370가구 중에 매입된 물량은 0개, 아동 어르신이 거주하는 주택 695가구 중에 6건이 신청을 했는데 이것도 6월 5일 기준으로는 아직 추진 중이었습니다.

◇ 채선아>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예요?

◆ 조석영> 매입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평가가 나오더라고요. SH에서 낸 공고를 보면 다가구, 다세대는 동별로 일괄 매입인데 다세대는 전 세대 중에 반지하 포함 2분의 1 이상을 동시에 매입을 해야 되는 거죠. 이게 살고 있는 사람들 상황이 다 다를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고요.  

◇ 채선아> SH 매입은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로 반지하에서 이사 나간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요?

침수로 고립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관악구 한 빌라 앞

 
◆ 조석영> 이사를 가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죠. 지상층으로 이주한 가구는 2250가구, 아까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가구가 전체 2만 7천 정도 된다고 했죠. 아주 적습니다.  

◇ 채선아> 실제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줄지 않았다는 건데, 폭우 때 위험하다는 걸 알았는데도 왜 그 지역에 사느냐고 하면,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조석영> 강제로 나가시라고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인센티브를 줬는데 그게 별로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 거죠. 월 20만 원 이주비를 지원하고 이사 비용을 준다는데 이걸로 옮기기가 힘든 거죠.

◆ 신혜림> 작년에 관악구에서 반지하 참변 당하신 가족들도 자가였어요. 거기서 다른 데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다 있는 거죠.  

◆ 조석영> 그 자가 주택을 팔고 나갈 때 3명이 가서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는 거죠. 특히 반지하 거주하시는 분들이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인 경우가 많다보니 주거비가 감당이 안될 수 있고요.

◆ 신혜림> 그런데 당장 지금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지금 살고 계신 분들이 일단 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요?  

◆ 조석영>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물막이판인데, 반지하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게 이제 보통 물이 계단 밑으로, 또 창문으로 들어오잖아요. 문이나 창문에 물막이 판을 설치하면 대피할 시간을 벌 수가 있는 거예요. 저것도 넘쳐버리면 답이 없는데 저 높이만큼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지하주차장 참사 같은 것도 이 물막이판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6월 28일 기준으로 이 물막이판 설치율은 36%입니다.

◇ 채선아> 열 가구 중에 한 여섯 일곱 가구는 설치를 안 했다는 거잖아요. 왜 안 하는 거예요?

◆ 조석영> 집주인들이 동의해야 설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걸 설치하면 침수되는 집이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 신혜림> 안전보다 그게 더 중요한 거군요.


◇ 채선아> 그럼 의무화하면 안 되는 거예요?  

◆ 조석영> 행정안전부에서는 이걸 설득해서 빨리 마무리한다는 입장입니다.

◆ 신혜림> 대책이 추진되는 상황이 시원치 않은 걸 보면 애초에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의지가 충분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는 생각도 들어요.  

◆ 조석영> 주거 구조상 이미 반지하를 한꺼번에 없애기 힘든 점도 있죠. 2만 7천 가구면 어마어마한데 그 분들이 옮겨서 살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다 수도권에서 일하시는 분들일 텐데 어떻게 할거냐는 문제도 있고요. 의지 문제, 즉 보여주기식으로 한 거 아니냔 지적도 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내용인데요. 한번 참사가 벌어지면 법안들 엄청 나오지 않습니까? 지난해 8월부터 침수 피해 방지법이 국회에서 33건이 발의가 됐다고 합니다. 이 중에 두 개가 통과됐는데 '재난 발생 시 지자체장이 의무적으로 대피 명령을 해야 된다' 그리고 '공동생활 등 생활 필수 시설에 대한 피해 지원을 확대해야 된다' 두 개가 통과된 겁니다.

◆ 신혜림> 당연하고 손쉬운 것들만 통과가 된 느낌이에요.  

◆ 조석영> 당연하더라도 법에 명시했다는 게 중요할 수는 있고요. 하지만 지적해주신 것처럼 물막이판이나 물을 실제로 뽑아내는 배수 펌프, 모래주머니, 이렇게 침수 피해를 직접 방지하는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법, 국가나 지자체가 이런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걸 지원해야 된다는 법은 아직 계류 중입니다.

◇ 채선아> 왜 통과가 안 되고 있는 건지 궁금한데요

◆ 조석영> 소관 상임위은 국토위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반지하에서 아예 못 살도록 하는 강한 규제 법안이 같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가 부담스러워서 논의가 멈춰 있다"고 하는데 분리하면 되잖아요.

◆ 신혜림> 그러게요. 지금 급한 것부터 하나씩 하면 될 것 같은데요

◆ 조석영> 그리고 반지하 아예 없애버리잔 얘기를 한 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잖아요. 그러면 협의를 좀 통해서 정부 차원에서라도 논의를 조금 빨리 진척시켜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신혜림> 이러다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고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고  

◆ 조석영> 재난이라는 게 언제 닥쳐올지 모르잖아요. 작년에도 '비가 많이 옵니다' 정도의 예보였는데 3일 동안 엄청나게 쏟아부었죠. 물막이판 설치 같은 거라도 빨리빨리 진행되어야 할 것 같고, 또 한 가지 짚어보고 싶은 건 재난이 발생한 이후의 지원 문제입니다. 작년에 반지하 침수 피해 관련 재난지원금이 200만 원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장판만 갈면 되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가구 피해, 가전 피해 생각하면 턱없이 적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200만 원을 집주인과 세입자 반씩 나누라고 했다고 해요.  

◇ 채선아> 이걸 또 왜 나눠요?

◆ 조석영>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은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떤 세입자는 '도배, 장판 다 내가 하기로 했는데 왜 이걸 나눠줘야 되냐' 그런데 어떤 집주인은 '수리는 다 내가 하는데 왜 세입자를 줘야 되냐'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는 거에요. 누가 수리를 하느냐는 상황마다 다 다를 텐데 애초에 지원금 규모도 너무 적고 기준이 불명확하니까 갈등이 발생하는 거죠.  

◆ 신혜림> 제가 계속 세입자로 살아봐서 알지만 물난리 피해도 너무 힘든데 집주인이랑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갈등하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그 조그마한 돈 가지고 또 갈등해야 된다는 상황이 너무 힘듭니다.  

◆ 조석영> 그런 갈등을 조절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지금까지 저희가 살펴본 바, 잘 되지 않았죠. 관련해서 경향신문이 좋은 기획 기사를 내서 소개해드리면,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이 되게 어렵다는 거예요. 포항 지진 이재민들, 강원도 산불 이재민들, 아직도 제대로 주거가 회복이 안된 경우가 있고, 심지어 산불 지원금은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에서 차별이 있었다고 해요.

◆ 조석영> 천재지변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따지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하지만 절대 공평하지 않은 거죠. 보건사회연구원의 작년 조사를 보면 재난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경제적 계층과 관계없이 거의 비슷해요. 왜냐하면 말 그대로 천재지변이니까요. 그런데 재난 피해로부터 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경제적 하층일수록 굉장히 높습니다.

◇ 채선아>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공평하지 않군요.

◆ 조석영> 재난의 불평등이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이죠. 그럼 어디서부터 우리가 재난의 피해 지원을 다룰 것인가, 어디를 지금 섬세하게 살펴야 할 것인가, 그걸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채선아> 정부도 국회도 이 고민을 서둘렀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조석영 PD, 신혜림 PD와 함께 폭우와 재난 대책 문제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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