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법원 “‘좋아요’ 이모티콘도 계약 ‘동의’로 봐야”
온라인 메시지에서 ‘좋아요’ 이모티콘이 계약상 ‘동의’를 나타낼 수 있을까?
캐나다에서 ‘좋아요’ 이모티콘이 계약에서의 ‘서명’만큼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온라인 소통과 이모티콘 사용이 활발해진 오늘날 이모티콘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새로운 법적 선례가 생기게 됐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법원은 최근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우는 모양의 이모티콘이 ‘동의’로 인정돼 계약상 유효한 효력을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모티콘을 보내놓고 계약을 불이행한 측은 8만2200 캐나다 달러(약 8068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사건은 2021년 3월 캐나다 한 시골 지역의 농부와 곡물업체 간 분쟁에서 시작됐다. 캐나다 남서부 서스캐처원주의 곡물 협동조합인 사우스웨스트터미널(SWT)은 아마를 재배하는 크리스 아흐터 측에 연락해 아마를 부셸당 17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진행했다.
SWT는 부셸당 17달러에 아마 86t을 그해 11월에 인도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서명한 뒤 휴대전화로 계약서 사진을 찍어 아흐터에게 전송했다. 이와 함께 “계약서를 확인해 달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아흐터는 이 메시지에 대해 ‘좋아요’를 나타내는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내 답장했다.
그러나 아흐터는 그해 11월에 아마를 납품하지 않았고, 이에 SWT 측은 계약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SWT 측은 아흐터가 계약에 동의하고, 이를 그의 방식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아흐터는 진술서에서 계약서에 서명하는 목적으로 이모티콘을 보낸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 계약 조건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그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였을 뿐”이라며 “완전한 계약서가 팩스나 이메일로 전송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양측의 계약이 유효하며 아흐터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모티콘이 문서에 서명하는 전통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은 ‘서명’ 의사를 전달하는 유효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흐름과 이모티콘의 일반적인 사용을 막으려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담당 판사인 티모시 킨은 기술 덕분에 이모티콘이 현대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일반적인 양상이 되었으며, 앞으로 법 체계가 직면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캐나다 사회의 새로운 현실로 보인다”며 “법원은 이모티콘 등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