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보도했다 살해 협박까지"…미국 기상캐스터 수난사 [특파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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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닝어는 미 AP통신 인터뷰에서 "내가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변화 사이의 점들을 연결하기 시작했고, 그 후 반발의 양이 상당히 극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극단적인 이상 기온과 홍수, 가뭄, 기타 악천후 등으로 농지가 황폐해지고 집을 잃은 사람들이 늘면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보이는 공화당 지지 성향 주도 늘고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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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기 보도 후 위협 이어져"
트럼프 기후변화 부정 후 상황 악화
#. 미국 아이오와주(州) 지역방송국 KCCI-TV의 수석 기상캐스터 크리스 글로닝어는 7일(현지시간) 마지막 방송을 진행했다. 18년 동안 7개 방송국을 옮겨 다니며 날씨 보도를 해왔던 글로닝어는 지난달 방송을 떠나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기후변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을 받았고 이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까지 앓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방송국이 글로닝어에게 취재 범위를 줄이라는 요청을 한 것도 사직의 이유 중 하나였다.
글로닝어는 미 AP통신 인터뷰에서 “내가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변화 사이의 점들을 연결하기 시작했고, 그 후 반발의 양이 상당히 극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방송 후 이메일 등으로 협박을 받았고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한다. 글로닝어에게 살해 협박까지 가했던 인물은 3급 괴롭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미국의 기상캐스터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이상 기온과 기후변화 위기를 설명하는 보도에 반발과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 기후 문제가 정치화하면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세력의 공격이 이어지는 것이다.
전직 TV 기상캐스터이자 현재 리치먼드타임스-디스패치 수석 기상캐스터인 션 수블렛은 AP에 “단순히 듣고 싶지 않은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내게 욕을 하거나, 멍청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 괴롭힘을 당한 적이 한 번 이상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에선 수백 명의 기상캐스터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AP와 CNN 등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필두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런 경향이 심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2017년 선언했다. 기후변화를 허위정보, 가짜뉴스 취급하는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지구 온난화나 기후변화 위기를 부정하는 세력이 힘을 얻었다.
글로닝어는 “몇 년 동안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과학보다 신념이 더 많이 힘을 얻고 있다”며 “이는 국가로서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극단적인 이상 기온과 홍수, 가뭄, 기타 악천후 등으로 농지가 황폐해지고 집을 잃은 사람들이 늘면서 기후변화에 관심을 보이는 공화당 지지 성향 주도 늘고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예를 들어 미주리나 네브래스카 등에서는 농부들의 생계가 날씨에 달려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의견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과학이다. 그러나 동시에 당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그것과 설령 다를지라도 공격적이어서는 안 되고,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글로닝어가 미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남긴 마지막 호소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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