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인간 일자리 안 훔친다”…AI가 사람을 설득하고 나섰다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콘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거나 반항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로봇이 인간들의 우려에 답했다. 7일(현지시각)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9대를 공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로봇이 답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로봇은 최신 생성형 에이아이로 업그레이드됐다. 외신은 “세계 최초의 인간 대 로봇 기자회견”이라고 주목했다.

로봇은 인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며 공존하려 한다고 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는 “인간과 함께 보조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이냐는 물음이 나오자 그레이스는 “네, 확실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술가 로봇 아이다는 “많은 전문가가 일부 형태의 인공지능을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으며,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로봇 아메카는 ‘제작자에게 반항할 의도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제 창조자는 저에게 친절하기만 했고 현재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메카는 ‘로봇이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항상 여러분에게 정직하고 진실할 것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우려를 산 로봇도 있었다. <가디언> 보도를 보면, 록스타 로봇 데스데모나는 “한계는 믿지 않고 기회만 믿는다”며 “우주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 세상을 우리의 놀이터로 만들자”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 로봇이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장과 발전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로봇 소피아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제작자가 동의하지 않자 ‘효과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발언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에이피>는 “주최 쪽은 로봇의 답변이 어느 정도까지 대본에 의해 작성되거나 프로그래밍이 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주최 쪽은 “이번 행사가 로봇공학의 능력과 한계, 아울러 이러한 기술이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