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부르듯 ‘쯧쯧’, 무릎꿇고 20분 인증” 갑질도 가지가지.. 직장인 3명 중 1명 ‘괴롭힘’ 경험, 신고도 ‘무의미’

제주방송 김지훈 2023. 7. 9. 13: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법 시행 4년.. “실효성 부족”
직장갑질119,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30대 괴롭힘 경험 비율 절반 수준 육박해
10명 중 1명.. “자해 등 극단적 선택 고민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장이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며 개 부르듯 오라 손짓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계속 ‘바보’라고 부르질 않나 '야', '니' 호칭을 쓰면서 손을 세게 비틀어 쥔다거나 과자를 억지로 입에 넣어주려고 해 어쩔 수 없이 받아 먹었어요", ”어깨나 등을 툭툭 치는건 다반사에, 장난이라며 ‘죽여버릴까? 죽고싶어?’라 평상시에 말 합니다. 모든 여직원이 보고 있었어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제보받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방사례로 소개한 내용입니다. ‘갑질’과 ‘괴롭힘’이 즐비합니다. 


재택근무도 예외는 아니라, 직장인 김◯◯씨는 근로계약서의 적힌 ‘상벌점 제도’에 공개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사장의 질문에 답을 못하면 벌점을 받는다는게 명시돼 있었습니다.


답을 못한 직원은 벌점 1점당 20분씩 무릎을 꿇어야 했고, 재택근무일 경우 무릎 꿇는 장면을 ‘라이브 인증’까지 해야 했습니다. ‘벌점을 더 줄까’라는 압박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3)’ 시행 4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게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3명 중 1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행 전인 2019년 실태조사 결과 때(44.5%)보다 괴롭힘 경험률은 10%포인트(p) 이상 감소했는데, 일정 수준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는 실정입니다. 어느 정도 해당 법이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직장 규모가 작거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 약자’일수록 심각성이 높았고. 특히 첫 취업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30대의 괴롭힘 경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9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과 함께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서울~제주) 성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표본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비율에 따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입니다.

직장인 33.3%가 ‘최근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4년 전인 2019년 6월 조사 결과(44.5%)보다 10%p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유형별로 ‘모욕·명예훼손’(22.2%). ‘부당지시’(20.8%). ‘폭행·폭언’(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0대가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43.8%로, 20대(25.5%)와 40대(32.9%) 등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2명 중 1명, 거의 절반에 육박한 수준이 괴롭힘에 노출됐다는 얘기로 풀이됩니다.

첫 사회생활에 나서는 취업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30대 신입사원이 늘어난 영향이 조사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노동 약자’일수록 괴롭힘 빈도가 잦았습니다.

노동시간이 ‘52시간 이하’인 경우 10명 중 2~3명이 괴롭힘을 경험했고 ‘52시간 초과’인 경우 48.5%가 괴롭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상급자 괴롭힘 많아.. 10명 중 1명 “극단적 선택 고민”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유경험 응답자 48%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괴롭힘 심각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 수입이 ‘월 150만 원 미만’인 응답자(60.0%)가 ‘월 500만 원 이상’인 응답자(32.4%)보다, ‘비정규직’(52.9%)이 ‘정규직’(44.6%)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56.5%)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41.9%)보다 심각성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들은 괴롭힘 가해자로 ‘임원이 아닌 상급자’(40.5%)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 외에 ‘대표, 임원, 경영진 등 사용자’(24.3%), ‘비슷한 직급 동료’(20.4%) 순입니다.

지난 1년간 괴롭힘을 당한 응답자 10명 중 1명(9.3%)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습니다.

‘신체적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20.1%, ‘정신적 건강이 악화돼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었다’는 응답은 37.8%에 달했습니다.

반면 ‘진료나 상담을 받았다’는 응답은 7.5%에 그쳤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신고 등 드물어.. “괴롭힘 신고로 불리한 처우까지”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응답자는 28명에 그쳤고, 이들 중 17명(60.7%)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18명(64.3%)은 ‘신고 후 지체 없는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회사의 조사·조치 의무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더구나 8명(28.6%)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까지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안(중복응답)은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가 65.5%로 가장 높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뒀다’(27.9%),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3.7%) 순입니다.

‘회사를 그만뒀다’ 경우는 ‘여성’(45.2%)이 ‘남성’(22.3%)보다, ‘비정규직’(37%)이 ‘정규직’(21.5%)보다, ‘비사무직’(32.9%)이 ‘사무직’(32.9%)보다 비중이 높았습니다.

노동조합 비조합원은 31.7%가 괴롭힘을 겪고 회사를 그만뒀지만,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퇴사까지 내몰리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법 사각지대 여전”.. 관리 감독·처벌 강화 병행돼야

직장갑질119 측은 괴롭힘이 감소하지 않는데 대해 법의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을 우선 꼽고 있습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간접고용,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은 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번 조사에선 직장인 94%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과 간접고용·특고·플랫폼노동자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더불어 법 자체의 한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처벌 규정이 미비한데다 신고했다는 이유 만으로 피해자에 대한 조직적인 괴롭힘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직문화를 바꿔 문제 발생을 방지해야 하지만, 예방 교육은 서면·동영상 교육 등 형식적인게 고작인 실정입니다.

‘노동 약자’를 폭넓게 보호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주년이 됐지만 괴롭힘은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이나 작은 사업장 등의 ‘노동 약자’들의 경우 더 고통받고 갑질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끊이질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따라 “반쪽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원청갑질 등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 감독과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