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MBC 예능 구세주 맞죠? 거침없는 기안84의 진격('태계일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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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기차 타기.
누군가는 그것이 버킷리스트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사실 그다지 내키지 않는 여행이 아닐까.
하지만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에서 기안84는 인도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 버킷리스트라고 말한다. 태어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는 '태어난 김에 산다'는 자연인에 가까운 정서를 가진 기안84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극사실주의 여행'을 지향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태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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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기안84를 여행예능의 대세로 만들었나(‘태계일주2’)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인도에서 기차 타기. 누군가는 그것이 버킷리스트라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사실 그다지 내키지 않는 여행이 아닐까. 일단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좌석들과 그곳을 가득 채운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에어컨조차 틀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히는 곳에서 12시간 가까이 버텨야 하기도 하는 기차여행이다. 색다른 경험이긴 하지만 생고생이 느껴지는 이 여행이 내키지 않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에서 기안84는 인도에서 기차를 타는 것이 버킷리스트라고 말한다. 그건 이 독특한 취향의 여행자가 말 그대로 날 것의 여행을 좋아하고, 현지인들 속으로 들어가 그 문화를 깊숙이 경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쪽에서는 화장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놀이를 하는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인도의 바라나시 갠지즈강이라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만들지만 그 현장을 찾아 몸소 체험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기안84가 바라나시에서 덱스와 함께 보여주는 여행기는 소똥을 밟고 원숭이똥을 맞으며 때론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또 아카라라 불리는 심신단련을 하는 곳에서 고수들(?)과 그들의 운동을 하기도 한다. 또 우연히 만난 인도인 부부가 준 청첩장을 받고 밤새도록 파티가 이어지는 인도의 결혼식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말도 통하지 않지만 기안84는 놀랍게도 인도인들과 어우러져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버킷리스트라고 말하는 기차 여행도 한 마디로 진풍경이다. 마치 <설국열차>처럼 머리 칸과 꼬리 칸의 풍경이 완전히 상반된 기차에서 '슬리퍼 클래스'에 탄 기안84와 덱스는 에어컨도 없어 푹푹 찌는 열차 안에 사람들이 마구 구겨져 누워 있는 모습에 당황해한다. 그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해보고 싶지 않은 체험이지만, 놀랍게도 그 열차에 조금씩 적응한 두 사람은 계속 들어오고 나가는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잘 생긴 덱스의 인기 덕에 인도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한국의 믹스커피를 맛보게 해주거나 또 꼬마에게 과자를 사주며 친근해져가는 모습은 이것이 어쩌면 여행의 진짜 묘미이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태어난 김에 산다'는 자연인에 가까운 정서를 가진 기안84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극사실주의 여행'을 지향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그 많은 여행 예능들이 보는 이들에게 떠나고픈 마음을 들게 하는 판타지를 주로 그려왔다면, 이 극사실주의 여행은 어딘지 가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는 한 곳을 찾아 보다 깊숙이 들어간다.
시즌1의 남미가 그랬듯이 시즌2의 인도는 그래서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의 정서와 딱 맞는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그 경험을 너무 불편하거나 불쾌한 느낌이 아닌 해볼 만한 경험으로 전해줄 수 있는 출연자다. 시종일관 힘겨운 얼굴을 보여주는 여행이라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도 보기 불편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보면 기안84가 왜 최근 여행예능의 대세로 떠올랐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만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같은 쉽지 않은 여행을 좋은 경험으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있어 굳이 직접 떠나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 대리해서 여행해준다면 궁금하기는 한 곳을 우리는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저들의 깊숙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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