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울더라고요"…'서울→광주→대구' 이동의 연속, 아빠이자 남편 류지혁의 미안함

6일 포항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1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류지혁.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나도 너네 아빠 알아."

류지혁(29)은 지난 5일 팀을 옮기게 됐다.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트레이드를 발표했고, 류지혁은 포수 김태군과 팀을 맞바꿨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3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류지혁은 내야 모든 포지션이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어느자리에 둬도 기본은 해내는 만큼, 팀 내에서 쓰임새가 많다는 평가였다.

삼성은 포수 자원이 풍부했던 반면, 전반기 막바지 내야 곳곳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흔들렸다. 류지혁은 중·고참으로 젊은 선수가 많은 삼성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필요로 했으니 트레이드가 된 것"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지만, 발걸음은 생각만큼이나 가볍지는 않았다.

'야구 커리어'로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이적. 그러나 2020년 서울에서 광주로 옮겼고, 이제 광주에서 적응을 해가는 가족이 다시 한 번 짐을 싸야했기 때문. '아빠'이자 '남편' 류지혁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류지혁은 트레이드 직후 인터뷰에서 "첫째가 울더라"고 운을 뗐다. 야구 열정만큼은 최고인 광주에서 KIA 선수인 아버지는 아들에게는 자랑이었다.

6일 포항야구장에서 KBO리그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타격하고 있는 삼성 류지혁. 포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07.06/

류지혁은 "광주에서 유치원을 다니는데 선생님들도 KIA 팬분들이 있고, 친구들도 '나도 네 아빠 알아'라고 한다더라. 그런 팀을 떠난다니 마음의 상처가 큰 거 같다"고 말했다.

아들의 눈물만큼 류지혁은 더 굳은 마음을 먹었다. 류지혁은 "이제 삼성 라이온즈 선수라고 하면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다독였다"고 말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더 크다. 연고없이 적응을 마쳤던 광주에서 다시 낯선 대구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

류지혁은 "이사를 다시 해야돼서 미안하다. 사실 아내가 가장 힘들 것"이라며 "광주에서 연고가 없어 정착을 했는데 대구로 넘어가니 생각이 많은 거 같다.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류지혁은 "아내는 야구판을 아니까 내가 자리를 못 잡은 거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팀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류지혁은 "개인적으로는 '아직 경쟁력이 있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하려고 한다"라며 "삼성에서 후배들과 돈독하게 지내면서 내게 주어질 역할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