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올해 팀 MVP" 치켜세운 美 기자, "다들 실수하고 후회하잖아?" 분노의 물통 차기 옹호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김하성이 8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에서 7회 과감하게 3루를 향해 돌진한 뒤 슬라이딩을 시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김하성(왼쪽)이 8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홈 경기 7회말 1사에서 3루 진루를 시도하던 중 뉴욕 메츠 3루수 루이스 기요르메의 태그에 당해 아웃당했다. /AFPBBNews=뉴스1

경기 도중 주루사를 당한 후 분노의 발길질로 하루를 쉬어가게 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승부욕에서 나온 행동에 일부에서는 '치기 어린 실수'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샌디에이고 담당 A.J. 캐서벨은 9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누구나 좌절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고, 곧바로 후회한다"면서 김하성이 전날 물통을 차고 다쳤던 상황을 옹호했다.

"김하성은 올해 샌디에이고의 MVP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고 치켜세운 캐서벨은 "그는 엉망이 됐다. 그리고 정직했으며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며 김하성을 두둔했다.

김하성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뉴욕 메츠와 2023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1번 타자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날 김하성의 유일한 안타는 7회 말 나왔다. 3-3으로 맞서던 상황에서 그는 과거 KBO 리그에서 뛰었던 좌완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3루 선상을 타고 왼쪽 펜스까지 가는 2루타를 터트렸다. 좌익수 토미 팸이 타구를 다소 느슨하게 처리하는 사이 김하성은 2루에서 3루까지 질주했다.

김하성(왼쪽)이 8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홈 경기 7회 말 1사에서 3루 진루를 시도하던 중 뉴욕 메츠 3루수 루이스 기요르메의 태그에 당해 아웃당했다. /AFPBBNews=뉴스1

그런데 이를 기다렸다는 듯 팸은 곧바로 3루를 향해 강한 송구를 뿌렸다. 김하성보다 공이 먼저 베이스에 도달했고, 김하성은 태그를 피하려 시도했으나 결국 몸이 베이스에서 떨어지며 아웃 판정을 받았다. 김하성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문제는 더그아웃에 돌아온 이후였다. MLB.com에 따르면 김하성은 분노에 차 물통을 걷어찼다고 한다. 그런데 비어있는 줄 알았던 물통이 사실은 물로 가득 찼고, 결국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김하성은 9회 초 수비에서 루그네드 오도어와 교체됐다.

경기 후 김하성은 "3루수 루이스 기요르메가 내 발을 베이스에서 살짝 밀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불만을 가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 과욕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내 플레이가 오늘 결과(5-7 패배)에 영향을 미쳤고 내가 한 행동과 실수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플레이다"며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X-레이 검진 결과 골절 등 심각한 건 아니라고 나왔지만, 김하성은 9일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제외됐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이 경기 후반 교체 출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경기 전 훈련에서 어떤 상태인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캐서벨의 말처럼 김하성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84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55 10홈런 31타점 16도루 OPS 0.757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반기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에 발전했고, 수비에서도 리그 최정상급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하성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팬그래프 기준(fWAR)으로는 내셔널리그 야수 중 10위(2.9)에 위치하고 있고, 베이스볼 레퍼런스(bWAR)에서는 아예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5.0)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4.0)에 올랐다. bWAR로는 아예 팀 내 1위다.

이렇듯 빅리그 3년 차에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하성이 자칫하면 부상으로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들 뻔했다. 본인의 말처럼 '과욕'을 줄인다면 이런 실수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김하성. /AFPBBNews=뉴스1

김하성.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