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과시보다 ‘럭셔리한 경험’…연애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
女, 男 경험적 과시 소비에 호감
男, 경험적 과시 소비 女에 비호감
“일반화 어려워…추가 연구 필요”
동국대 이진석 경영연구원 연구교수와 전승우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학회지 ‘소비자학연구’를 통해 미혼 남녀가 연애 관계에서 이성의 경험적 과시 소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룬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은 종족 번식과 번영에 관한 자신의 경쟁력을 잠재적 짝에게 알리기 위해 과시적인 소비를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과시적 소비 형태가 물질적 재화에서 ‘경험’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고가의 제품을 사기보다 럭셔리한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이 연애 관계에 있는 이성에게 어필할 때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미혼 남녀 각각 10명씩 총 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29.6세로 회사원, 스타트업 대표, 교수, 디자이너, 학생 등이다. 이들의 연소득은 0~8000만원 수준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물질적 재화를 활용한 과시 소비보다 자신이 원하는 긍정적 인상을 형성하기 위해 럭셔리한 경험을 활용하는 과시적 소비를 ‘덜 부정적’ 또는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험적 과시 소비는 좋은 경험을 쌓거나 간접적으로 자랑하는 느낌이어서 물질적 과시 소비에 비해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에 응한 한 회사원(여성)은 “물질적 과시 소비는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훨씬 더 강한 것 같다”며 “경험적 과시 소비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그 자체를 즐기려는 목적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남성 회사원도 “경험적 소비는 남에게 보여주기 식이라기보다 순수하게 좋은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남성)은 “물질적 과시 소비 제품을 봤을 때는 사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데 경험적 과시 소비를 보게 되면 ‘해보고 싶다’, ‘가보고 싶다’, ‘먹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긴 한다”며 “그래서 경험적 과시 소비보다 물질적 과시 소비가 더 부정적”이라고 털어놨다.
나아가 경험적 과시 소비는 연애 관계에서 이성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판단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다른 여성 회사원은 “옛날부터 이것을 진짜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옛날부터 유복했나 보다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한 여성 시간강사는 “(경험적 과시 소비를 통해) ‘나랑 만나면 너도 이런 거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적 과시 소비에 대한 남여 인식 차이는 상반됐다.
연구진은 “여성은 경험적 과시 소비를 하는 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연애 관계를 맺기 위해 행동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여성은 남성의 경험적 과시 소비를 여성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서도 남성의 경제력과 성격·성품을 긍정적 평가하고, 결과적으로 호의적으로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한 여성 회사원은 “기본적으로 경험적 과시 소비를 하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성으로 호감이 들고 사귀고 싶고 경우에 따라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다만 경험적 과시 소비를 하는 상대방의 실제 경제력에 따라 긍정적 효과가 반전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여성 회사원은 “경험적 과시 소비하는 남성에 대해 1차적으로는 호기심이나 관심이 생기고 2차적으로 그 사람의 경제력·능력을 알아보는 것 같다”며 “남자에 대해 알아보니 재력이나 능력이 뒷받침 된다면 좀 더 매력적이고 반면에 빚내서 하는 사람이라면 되게 별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남성들은 여성의 경험적 과시 소비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연구진은 “(남성 조사 대상자들은) 동성인 다른 여성에게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자랑하고 부러움을 얻기 위해서 혹은 상류층 남성을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이 경험적 과시 소비를 활용한다고 생각했다”며 “연애 상대로서 남성을 고를 때도 경제력만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으로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한 남성 대학원생은 “결혼을 하면 제가 와이프와 자식들을 케어를 해야 되는 가장인데 경험적 과시 소비를 많이 하는 여성이라면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 남성 디자이너도 “제 소득 수준이 평균보다 낮은 편이 아닌데도 만약 경험적 과시 소비를 하는 여성과 연인 사이가 됐다고 생각해 본다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며 “경험적 과시 소비를 많이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해도 안 되고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다뤄지지 않던 내용을 주제로 했지만 소수의 인원만을 조사한 만큼 일반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에서 설문조사, 실험연구 등의 양적 조사를 통해 이 연구에서 제시한 인과관계, 매개관계, 조절효과를 검증해 타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내일 새벽부터 전국 천둥 번개 동반 집중호우…무더위 ‘지속’ - 매일경제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식 출몰’ 프리고진…비결은 변장술? - 매일경제
- 원희룡 “사과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추진 여지…이재명 “놀부 심보” - 매일경제
- “어려울 땐 역시 가성비지”…치솟는 분양가에 ‘국평’도 달라졌다 - 매일경제
- “1년에 79만원이나”…혜택 커지는 알뜰교통카드 잘 쓰는 꿀팁은 - 매일경제
- 오죽하면 재무상황도 깠다…우량 새마을금고도 속타기는 매한가지 - 매일경제
- 공매도 1.2조 vs 개미 1.6조…대혈투 이어지는 에코프로, 누가 웃을까 - 매일경제
- 강남서 가장 많이 팔린 이 아파트…가격은 왜 떨어졌을까 - 매일경제
- “에어컨 켜도 방이 너무 더워요”...살펴보니 실외기가 방안에 - 매일경제
- ‘벤버지’ 벤투와 대한민국이 적이 된다? UAE와 3년 계약 임박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