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자신감↑’, 콜업 기다리는 한화 장민재…“폭발시킬 준비 됐다”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운 나날이었다. 한화의 선발 투수 장민재(33)가 직면한 상황이 꼭 그랬다.
한화 선발진은 올 시즌 개막 첫 경기부터 위기를 맞았다. 새 시즌을 함께 준비했던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 2.2이닝 만에 어깨 통증을 호소한 뒤 전력에서 이탈했다. 펠릭스 페냐는 꽃가루 알레르기의 여파로 개막 한 달 1승(3패) 평균자책 5.48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5명 중 2명, 그것도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는 외국인 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을 겪자, 팀도 곧 암흑기에 빠졌다.
장민재는 시즌 초반 삐걱대던 한화의 마운드를 묵묵히 지켜냈다. 김민우, 문동주 등 남은 국내 선발 중 가장 경험이 많았던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기도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후배들에게 지울 순 없었다.
최근 만난 장민재는 당시를 떠올리며 “개막전에서 스미스 선수가 안 좋게 됐고, 페냐 선수도 꽃가루 때문에 고생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안쓰러울 정도로 재채기를 많이 했다”며 “(김)민우랑 ‘조금 더 힘 내보자, 버텨보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선발로서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표현처럼 장민재는 특유의 제구력으로 보완한 평균 시속 130㎞ 중반의 직구와 날카로운 포크볼 등 변화구로 등판할 때마다 끈질기게 버텼다. 그는 4월에 출전한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 3.15로 긍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줬고, 5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31일 키움전 직전 등판까지 평균자책 2.76으로 2승(3패)을 올렸다. 키움과 경기에서 5이닝 10실점(9자책)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그의 구위는 6월 들어서도 회복되지 못했고, 지난달 11일 LG전에서 1이닝 4실점(비자책)을 기록한 뒤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을 치르면서 힘이 빠진 측면도 있지만, 사실 장민재는 야구 외적으로 걱정거리가 있었다. 그는 지난 5월2일 평소 각별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 장례를 치른 이후에도 개인적인 슬픔뿐 아니라, 남은 가족들의 비통한 마음도 챙겨야 했다. 장민재는 “아들로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았고, 할머니를 장지에 모시고 돌아왔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며 “내가 좀 더 잘 버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전했다.
장민재는 2군에서 열흘간은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캐치볼을 주로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1군에서 자주 하지 못했던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떨어졌던 구속이 차츰 올랐고, 미트에 꽂히는 공에 힘이 붙었다. 그는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9이닝 1실점 평균자책 1.00으로 쾌조의 몸 상태를 유지 중이다.
최근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만난 장민재는 “몸이 많이 올라온 상태고, 2군에서 모아놨던 걸 1군에서 폭발시킬 준비가 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작년하고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팀이 우리를 조금 쉽게 본다는 게 느껴졌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며 “언제든 1군에 올라갈 준비는 돼 있다. 팀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양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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