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발 안에 새끼 포탄 40여발... 美가 우크라에 주는 ‘강철비’ 집속탄 위력
미국이 무차별적인 살상력으로 상당수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집속탄의 특징과 위력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해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 탄약 등 모두 8억 달러(약 1조412억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집속탄의 불발탄 위험에 따른 민간인 살상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장기간 숙고를 이어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속탄 지원 승인을 확인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 결정에 대해 “내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개의 자탄(子彈), 즉 ‘새끼 폭탄’을 갖고 있는 무기다. ‘강철비’를 뿌리는 확산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母)폭탄이나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공중에서 수백개의 자탄이 흩뿌려져 광범위한 지역에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한 발이 터지면 축구장 여러 개 면적을 초토화하거나, 수십대의 전차·장갑차 등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에 대해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MK-20 ‘로크아이 II’ 집속탄과, 155㎜ 곡사포에서 발사할 수 있는 집속포탄 제공을 요청해왔다. 전차·장갑차 등 기갑무기면에서 러시아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고, 대반격 작전에서 러시아 방어선을 돌파하는 데 집속탄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중 이번에 미국이 제공키로 한 것은 M864 155㎜ 집속포탄이다. M864는 1987년 처음 생산됐으며 미국에 재고가 5억 발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목적개량재래식탄(DPICM)을 갖춰 두꺼운 장갑 관통능력은 없지만 장갑이 얇은 전차나 장갑차 윗부분을 관통해 무력화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29km로, 24~48개의 대인/대장갑 자탄(M46 또는 M42)을 탑재하고 있다. 20여년 전엔 불발률이 6%였는데 지난 2020년 평가 때는 2.35% 까지 떨어졌다.
이번에 미국의 제공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작전이 난관에 봉착하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MK-20 로크아이 II 집속탄 제공 가능성도 거론된다. MK-20 로크아이 II는 미군의 대표적 항공기 투하 집속 폭탄이다. 1986년 이후 도입돼 1991년 걸프전 때부터 사용됐다.
길이 2.34m, 직경 34㎝로, 247발의 Mk 118 대전차 자탄(새끼 폭탄)이 들어 있어 적 기계화부대 공격에 효과적인 무기다. 실제로 걸프전 때 고속도로로 도주하는 이라크군 기갑차량 행렬 위에 MK-20 폭탄이 투하된 뒤 도로는 이라크 기갑차량들의 ‘거대한 무덤’이 됐다. MK-20은 우리 공군도 유사시 북 기계화부대 타격용으로 도입해 KF-16 등에서 운용하고 있다. 한·미 공군은 MK-20외에 인마(人馬)살상용으로 CBU-87/89/97 집속탄 시리즈로 운용하고 있다.
첨단기술 발전에 따라 집속탄도 단순히 수백개의 자탄을 흩뿌리는 형태에서 센서를 갖춘 자탄이 미사일처럼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지능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CBU-105집속탄의 경우 10개의 BLU-108 자탄을 탑재하는데 BLU-108는 4개의 ‘스키트’라 불리는 지능형 자탄을 갖고 있다.
CBU-105 1발이 총 40개의 스키트를 갖고 40대의 적 전차·장갑차·차량 등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공군의 F-15K 전투기는 CBU-105 확산탄을 최대 15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F-15K 한 번 출격으로 최대 600대의 북한 전차·장갑차·차량 등을 파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집속탄은 과거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민간인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상당수 국가가 사용을 금지했다. 2010년 120개국이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해당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국내법을 통해 불발탄 비율이 1%를 넘는 집속탄의 생산 및 이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엔 러시아군이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집속탄을 광범위하게 사용해 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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