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심보’ 바꾸니 ‘복’ 들어오나…동맹으로 분위기 대반전 [뉴스 쉽게보기]
요즘 주식 시장이 회복세인 걸 고려해도 정말 급격한 주가 상승세예요. 테슬라는 올해 2분기에 46만 6140대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인도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한 기록이에요.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10%나 늘었어요. 테슬라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 정책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요.
미국이 전기차 시대를 위해 대대적으로 준비하는 것 중 하나는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예요. 누구나 기름으로 달리는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타려면, 지금의 주유소들처럼 곳곳에 수많은 전기 충전소를 만들어둬야 하잖아요. 아직은 숫자가 한참 부족한 수준이니까 얼른 많이 설치해야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든 말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최소 50만 개 구축하는 데에 75억 달러(약 9조 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어요. 수년에 걸쳐 쓰는 돈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나게 큰 금액이에요.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이런 보조금을 놓치고 싶진 않을 거예요.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에 조건을 걸었어요. 모든 전기차가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 방식의 표준은 ‘결합 충전 시스템(CCS, Combined Charging System)’이에요. 그래서 미국의 대부분 전기차 충전소 업체는 CCS를 채택하고 있어요. CCS 방식의 충전소를 늘려서 개방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겠죠.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테슬라가 보유한 충전소는 아까운 기반 시설이었어요. 테슬라가 이미 미국 곳곳에 깔아둔 충전소가 1만 9000개가 넘어요. 급속 충전기만 따졌을 땐 미국 전역에 있는 충전기 중 약 60%가 테슬라 전용이에요. 이걸 모든 전기차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만 해도 충전 네트워크 확충을 빠르게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백악관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이 문제를 놓고 꾸준히 논의해 왔다고 해요.
결국 테슬라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내 자체 충전소 약 7500개를 CCS를 쓰는 모든 전기차에 개방하기로 했어요. 테슬라의 플러그를 CCS 전기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커넥터를 쓰는 방식이에요. 이 소식은 백악관을 통해 지난 15일(현지시간)에 발표됐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전기차 충전소 공유라는 일련의 변화를 테슬라가 최소한 지난해부터 철저히 준비해 왔다는 거예요. 막대한 보조금 혜택도 누리면서, 테슬라의 방식을 ‘미국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죠.
사실 테슬라의 충전 방식인 ‘북미 충전 규격 기준(NACS)’의 원래 이름은 ‘테슬라 전용 커넥터(TPC, Tesla Proprietary Connector)’였어요. 지난해 11월에 NACS로 명칭을 바꿨고, 다른 기업들이 채택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도 공개했어요.
테슬라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어요. 미국의 1·2위 자동차 기업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테슬라의 충전소를 함께 사용하는 ‘충전 동맹’을 택한 거예요. 두 회사는 앞으로 생산할 전기차 모델에는 기존에 쓰던 CCS 대신 테슬라의 NACS를 적용하기로 했어요.
CCS 방식의 차량도 커넥터를 끼워서 테슬라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충전 속도가 늦어지는 등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해요. 어차피 나중에 소비자들이 자주 쓰게 될 충전소가 NACS라면, 처음부터 NACS로 만들어서 파는 게 낫겠죠.
아직 부족한 전기차 충전소의 숫자는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는 걸림돌이에요. 다른 자동차 회사들로선 테슬라의 충전소를 쓰면 전기차 보급이 훨씬 수월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겠죠. 최근 흐름은 미국의 기존 표준인 CCS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는 모양새가 됐어요. 아무리 기존에 정해둔 표준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업체들이 다른 방식을 사용하면 대세는 바뀔 테니까요.
최근 테슬라 주가의 고공행진에도 ‘테슬라의 충전 방식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요.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테슬라가 GM·포드와의 계약으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충전소에서만 30억 달러(약 3조 9600억원), 2032년까지 54억 달러(약 7조 1200억원)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어요.
현대차그룹 등 아직 NACS 도입을 결정하지 않은 자동차 회사들은 고심에 빠졌어요. 대세를 따라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와 손을 잡을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경쟁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타이밍인 거니까요. 아직은 북미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결국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머리가 아플 만해요.
정말 테슬라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들과의 ‘충전 동맹’으로 미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까요? 나머지 경쟁 업체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전기차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한번 지켜볼 만한 분야인 것 같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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